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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클래식 마니아’이자 작곡가 말러의 팬을 일컫는 ‘말러리안’이다. 최신작 ‘헤어질 결심’에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녹음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을 삽입해 화제가 됐다.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박찬욱 감독은 이번 국립심포니 공연을 위해 직접 촬영한 흑백 사진을 포스터로 제공했다. 박찬욱 감독은 “우연히 (말러) 교향곡 1번 3악장을 듣고 구스타프 말러라는 거대한 우주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갔다”며 “고행자, 또는 이 교향곡의 본래 제목이었던 ‘거인’이 커다란 두건 달린 망토를 두르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장면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기억, 시간, 순환’을 주제로 인간의 정체성과 내면을 탐구한 세 명의 작곡가 작품을 엮어 한 해를 돌아보는 무대로 마련한다. 국립심포니 상주작곡가 노재봉의 ‘집에 가고 싶어’로 공연의 포문을 연다. 국립심포니 위촉으로 세계 초연하는 작품으로 고령화와 치매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어 프랑스 하피스트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 협연으로 글리에르의 하프 협주곡을 선보인다. 하프가 지닌 ‘과거의 영광’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기 위한 선곡이다. 반복되는 주제의 변주를 통해 하프와 오케스트라의 유기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대미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 장식한다. 전통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요소로 가득 찬 작품으로 말러는 인생의 본질을 사유함과 동시에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시간의 순환, ‘끝’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임을 상기시킨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이 점을 주목해 ‘끝’이 아닌 ‘새로운 도약’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선곡했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말러의 교향곡 1번을 통해 처음과 끝을 동시에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말러의 작품을 통해 복합적인 감정의 파도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티켓 가격 1만~7만원. 예매 및 문의는 국립심포니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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