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배달앱 요금제 두고 ‘갈등’…“자영업자 죽이기” vs “소비자 부담완화”

김정유 기자I 2024.02.19 18:19:05

정률제 ‘배민1플러스’에 자영업자들 “힘들어”
쿠팡이츠도 점주 배달비 제한 두는 새 요금제 추진
배달앱 “적정한 배달비, 장기적인 도움돼”
자영업자들 “점주들 무너질수도, 배려 필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새로운 배달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자영업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률제 기반 수수료 체계 도입(배달의민족)과 점주들이 부담하는 최소한의 배달비를 최대 3300원 이하(배민·쿠팡이츠)로 묶어놓는 것이 핵심이다.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배달 앱이 점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배달앱 업계에선 “소비자 배달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요금제”라며 “장기적으로는 점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항변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배민1플러스’ 도입에 자영업자들 불만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커뮤니티에선 자영업자들의 배민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부터 도입한 배민의 새 요금제 ‘배민1플러스’에 대한 얘기다. 배민1플러스는 기존 한집·알뜰배달을 묶은 요금제로 매출의 6.8%를 수수료로 받는다. 배민1플러스는 배민의 자체 배달시스템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한다.

기존 자영업자들은 소위 ‘깃발’로 불리는 ‘울트라콜’ 광고 상품에 가입해 점주들이 자체적으로 지역 배달대행업체들과 계약하는 식으로 배달서비스(가게배달)를 진행해 왔다. 울트라콜은 월 8만원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즉 많이 벌고 싶으면 울트라콜 가입을 늘리면 된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정액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배민1플러스는 정률제다. 매출의 6.8%를 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벌수록 비용이 많이 나가는 구조다. 물론 이미 요기요(수수료율 12.5%), 쿠팡이츠(9.8%) 등 타 배달 앱들은 모두 정률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배민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영향이 크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

최근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신년회에서 만난 한 프랜차이즈 대표는 “다른 앱과 달리 배민이 정률제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건 점주들에겐 더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배달앱들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의 배민1플러스 사용을 유도해 기존 가게배달을 활용하기 어렵게 한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자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민·쿠팡이츠 점주 배달비 제한도…“소비자 부담 완화 측면”

배달앱이 점주들의 배달료 부담액을 자체 설정한다는 점도 갈등요인 중 하나다. 배민1플러스는 배달비 중 2500~3300원을 점주 부담액으로, 나머지를 고객 부담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배달비 부담 산정 방식은 쿠팡이츠도 다음 달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스마트 요금제’란 이름으로 지역에 따라 1900~2900원으로 점주 부담 배달비를 고정했다.

기존 자영업자들은 자체적으로 배달부담 비율을 책정했다. 예컨대 배달비가 6000원이라고 치면 이중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5000원을 고객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배민과 쿠팡이츠의 신규 요금제는 배달앱이 점주가 부담하는 최소한의 배달비를 자동 설정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겐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A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한 점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비용을 알아서 책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배달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며 “배달앱이 왕인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하겠지만 요새 배달앱 정책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배달앱 업계에선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 완화가 장기적으로 배달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을 강조한다.

배민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배달비를 적정하게 설정해야 주문이 들어올 것”며 “소비자들 입장에선 (바뀐 요금제에 대해) 당연히 좋아하고 일부 업주들 사이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업계는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 완화를 위해 배민과 쿠팡이츠는 다음달 종료 예정이던 포장주문에 대한 수수료 면제도 한 차례 더 연장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큰 틀에선 이견이 없지만 점주들도 배달시장의 하나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이러다가 시장의 주요 3개 축인 자영업자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배달 앱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배달앱-자영업자-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쿠팡이츠 사무실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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