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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오바마 뒤집기’…이번엔 美대학 소수인종 우대 ‘정조준’

방성훈 기자I 2018.07.04 16:44:51

NYT·WSJ “트럼프 행정부, 오바마 ‘인종 다양성 권고 지침’ 포기”
“사실상 정부 공식입장…美대학들, 거부시 각종 불이익 우려"
찬반 팽팽…美대학 소수인종 우대 전국적 논쟁 재점화
亞계열 학생들→하버드대 상대 소송에 영향 끼칠지 주목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오바마 정책 뒤집기’를 강행했다. 이번엔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이는 미국 대학들의 입학 사정 정책을 겨냥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 캠퍼스 내 다각화 요소로 인종 다양성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지침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그 대신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race-blind) 입학 기준을 독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각 대학에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 중립적인 입학 기준을 채택토록 지시할 예정”이라며 “이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지침을 뒤집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도 이날 ‘인종 다양성 권고 지침’을 포함해 24개 정부 지침이 “불필요하거나 유효 기간이 지났거나 현행법에 위배되거나 부적절하다”고 밝힌 뒤 철회 방침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대학 입학 사정시 인종 고려 요소를 배제토록 하는 방안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다각화 요소로 인종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대학들은 지침에 따라 입학 사정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후 대학 입시 경쟁에서 수많은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일부 민감한 결정을 내린 대학들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오바마 전 정부의 지침을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기회 균등 차원에선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이지만, 인종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기회균등위원회 회장 로저 클래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지침은 대법원의 판례가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 조치로, 오히려 인종 편견을 부추겼다”고 했다.

반면 소수 인종 우대정책 옹호론자들은 대법원 판례나 법률을 초월하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지침 덕분에 대학 내 인종 차별 폐지가 더 쉽게 달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법무부에서 민권법 강화 업무를 맡았던 아누리마 바르가바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인종적 다양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아무에게도 도움이되지 않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대학이나 교육기관들은 여전히 대법원 판례의 범위 안에서 입학 전형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40여년 가까이 인종 다양성을 고려한 입학 전형 방법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대학들의 소수 인종 우대정책이 갈림길에 섰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새 지침이 법률적 효력이 없더라도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면, 기존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는 대학들은 정부 조사를 받거나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또 재정적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대학 내 소수 인종 우대정책과 관련, 전국적 논쟁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얗우 각종 소송 및 판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최근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는 지난달 15일 보스턴 연방법원에 하버드대가 다른 소수 인종을 우대,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했으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아시아계 역시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소수 인종에 속하지만 대학 입학 전형에선 흑인과 히스패닉 등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미국 대학들의 소수 인종 우대정책 운영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하버드대가 시민법 중 인종이나 피부색,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어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정부 견해가 실제로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경우 한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유리해진다. 하지만 아시아계 역시 큰 범주 내에서는 여전히 소수 인종이어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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