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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최소 686개의 미국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8% 증가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10년 828건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파산을 피하기 위한 법정 외 조치도 지난해 파산 신청 건수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사적으로 부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소송 건수와 파산 건수는 대체로 같은 수준을 보이지만, 지난해에는 특정 발행자에게 최소 1억달러 이상 돈을 빌려준 우선 대출자들이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회수율을 경험했다고 FT는 설명했다.
2021~2022년에는 2년 동안의 파산 신청 건수가 777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2023년에는 파산 신청 건수가 636건으로 급증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확대한 탓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음에도 파산 신청 건수가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파산 신청자 가운데 최소 30명이 신청 당시 최소 1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티용품 소매업체인 파티시티의 붕괴가 지난해 파산한 미 기업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소개됐다. 이 회사는 2023년 ‘챕터11’ 파산보호신청 절차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비용 압박,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지출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어려움에 처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말 2년 만에 두 번째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 전역의 700개 매장도 폐쇄했다.
재량적 소비 지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타격이 특히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 보관 제조업체 터퍼웨어, 레스토랑 체인 레드 랍스터, 저가항공사 스피리트 에어라인, 화장품 소매업체 에이본 프로덕트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품 및 서비스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 수요가 압박을 받고 다”며 “소득 스펙트럼 하위권에 있는 가정일수록 이러한 부담이 특히 크지만, 중간층과 상위층에서도 (소비가)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지난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다소 완화했다. 그럼에도 올해 금리인하 기대치가 기존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카데미증권의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인 피터 치르는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전체 경제 또는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아직 그렇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위험 기업의 차입 금리와 정부 부채 금리 간 차이가 비교적 낮은 상황을 포함해 완화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