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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은 4세대 실손보험의 ‘사업비 축소’가 보험료에 반영됐다는 게 메리츠화재의 설명이다.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개선에 따른 보험료 인하는 아닌 것이다. 보험사의 보험료 조정은 손해율 관리가 가장 크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지만, 판매비·유지비·관리비 등 사업비도 변수로 작용한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4세대 실손보험료 인하 소식이 들리자, 업계 일각에선 지난달 중순까지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보험업계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10%를 넘고 있는데다,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을 적용할 수 있는 최초 요율 조정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보험사의 일반적인 개정 시기가 아닌 뜬금없는 시점에 보험료를 인하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사업비를 내려 4세대 실손보험료를 인하한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보험료를 인상한 다른 보험사들은 손해율·사업비 관리 차원이 아닌, 실손보험료를 한시적으로 10%가량 할인해주는 ‘안정화 특약할인제도’를 없앤 점이 간접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직접적인 보험료 조정 요인은 없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에 ‘실손보험 사업비’ 관련 검사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의견서는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피감기관에 반론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소명 과정이기 때문에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구체화된 조치안을 만들거나, 해당 내용이 최종안에서 빠지기도 한다.
다만 사업비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사업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게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업계는 금감원이 메리츠화재에 사업비 산출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면, 이를 제재하기보다는 수정 권고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8년 보험업계에 실손의료보험 관련 사업비 산출을 지적한 뒤 보험료 인하를 권고한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업비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산출하는 영역이지만 보험료와 직접적인 관계자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주는 형식으로 권고를 하기도 한다”며 “메리츠화재가 사업비를 축소해 4세대 보험료를 인하한 것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