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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회의 땅”…배터리 소재 진출 ‘러시’ 후발 화학사

박민 기자I 2022.11.23 17:49:30

금호석화, 배터리 양극재 도전재 CNT 증설
배터리 바인더용 전용 라텍스도 상용화 앞둬
삼양사, 캐나다 車부품사에 5년간 공급 계약
“배터리 소재, 친환경 이슈 따라 고성장 예상”

[이데일리 박민 기자]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배터리(이차전지) 소재 시장에 뛰어들며 세를 키우는 ‘후발주자’ 화학사들이 늘고 있다. 배터리 소재는 기존 화학 특성을 살릴 수 분야인데다 불황과 호황 등의 사이클을 타는 석유화학 시황을 대비하기 위한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처럼 이미 배터리 사업에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습도 후발주자들의 진출을 잇게 하는 동력이 되는 분위기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금호석유화학 CNT 증설 추진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011780)은 CNT(탄소나노튜브) 공장 증설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NT는 기존에는 합성고무나 합성수지와 함께 사용되는 ‘복합소재’로 주로 쓰였지만 최근 들어 배터리 양극재 내에서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도 쓰임이 확대됐다. CNT를 배터리에 적용하면 기존보다 10% 이상 높은 전도도 구현이 가능하고 배터리 용량과 수명도 늘릴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 충남 아산에 연산 120톤(t) 규모 CNT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수 율촌산단에서도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맞춰 CNT 생산 설비 증설도 추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율촌공장이 오는 2024년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연간 36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수화학이 울산 온산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원료인 황화리튬(Li2S) 데모설비(Demo Plant)를 이달 중순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사진=이수화학)
금호석유화학은 배터리 바인더용 전용 라텍스도 개발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배터리 바인더는 배터리 내부의 양극 활물질 및 도전재를 극판에 제대로 접착시키고 내구성을 높이는데 사용된다. 이 제품은 외부 기관 및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의 평가를 통해 고객 품질 승인도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고용량 배터리용 바인더 개발 및 전고체전지용 바인더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중에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용 CNT 제품과 고기능성 응용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을 비롯해 바이오·친환경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사업 영역에서 인수합병(M&A)를 기반으로 1조원 이상 규모의 사업을 구축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사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액시옴’에 공급해 제작한 EP 기반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캐리어’.
삼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양사(145990)는 지난달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액시옴(Axiom)사와 5년간 전기차 부품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를 3000만 달러(420억원)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배터리셀 캐리어 소재를 국산 기술로 공급하는 건 삼양사가 처음이다.

EP는 일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합성수지로서 가벼우면서도 강도·탄성·내열성이 높은게 특징이다. 특히 금속처럼 녹슬지 않는데다 화재에도 강해 금속 대체 소재로 자동차 부품이나 정밀기계 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삼양사는 EP 기반의 배터리셀 캐리어 소재를 내년 초부터 양산해 액시옴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향후 배터리셀 캐리어 외에도 전기차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에 공급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배터리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은 북미산을 써야 세제혜택을 주는 IRA 시행에 적극 대응해 현지 자동차 부품 업체와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 늦지 않아

이수화학(005950)은 이른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해질 원료인 황화리튬(Li2S) 데모설비(Demo Plant)를 구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울산 온산공장에서 착공, 이달 중순 준공에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핵심소재 중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바꾼 것이다. 이수화학은 전고체 배터리 공정에 필수적인 황화수소 핸들링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업체다.

이번 데모설비는 국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개발 수요량을 전부 충족할 수 있는 연산 20t 규모이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데모설비 준공에 앞서 이수화학은 솔리드파워, 에코프로비엠, 희성촉매 등 다수의 고체 전해질 생산기업으로부터 황화리튬에 대한 수요를 확인해왔다”며 “고체 전해질 생산 기업도 이르면 내년초부터 생산공장 설립 및 가동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황화리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소재 시장은 연구비와 설비 구축 등 초기 투자금이 상당한 만큼 현금흐름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화학사들의 사업 확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등 석유시황 회복도 더딜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화학사들에게 신사업이 갖는 의미가 커졌다”며 “특히 배터리 소재 시장은 친환경 이슈와 맞물려 여전히 고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아직 늦지 않았다는 판단에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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