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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달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했지만 집회·시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4단계 지역인 수도권에서는 1인 집회와 시위만 가능하고 3단계로 완화될 경우 49명까지 가능해진다. 반면, 새로운 방역수칙에 따라 사적모인 인원제한은 미접종자 4명을 포함해 총 8명까지, 결혼식은 250명까지 모일 수 있다. 무관중이었던 스포츠 경기도 수용 인원의 20~30%까지 백신접종자를 대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집회에 많은 인원이 결집할 경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준은 완화하면서 유독 집회·시위만 배제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집회·시위는 야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오히려 감염 위험이 더 높은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허용 인원이 더 많은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법원은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49인 옥외집회를 ‘조건부 허용’했다. 택배노조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필요성을 고려해도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현재까지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의 60%를 넘어섰다”며 “택배노조의 집회는 실외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이 실내 집회보다는 낮다”고 인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택배노조가 설정한 공간을 명백히 분리하고 2m 이상의 거리두기 △집회 장소 입구에 코로나19 검사 테이블과 참석자 명부 비치 △집회 참석자 모두 KF94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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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집회에 대해선 현 방역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집회 자체를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집회 제한은 ‘점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단계적으로 일상회복을 하기 시작하면 집회·행사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한도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거리두기 체계가 다양한 영역에 제한을 두고 있어 한꺼번에 해소하기엔 위험성이 크므로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된다”고 말했다.
방역기준 완화 가능성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거리두기에 따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똑같이 시행하고 있는 조치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사례는 많은데, 기각되는 것도 많아 이번 판결만으로 방역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시점에서 감염 위험도가 더 적은 야외 인원을 더 제한하는 건 무조건 코로나19 방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드 코로나의 핵심이 ‘단순화’인 만큼 집회·시위 또한 점차 완화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실외는 실내에 비해 감염 위험도가 20분의 1 정도다”라며 “실내 이용시설 인원을 허용해주는 것만큼 실외에서도 비슷한 수준은 모이게 해주면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