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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원 금통위원 “韓 아직 신흥국 통화…안가본 길에는 신중”

김경은 기자I 2019.11.13 15:55:20

임지원 금통위원 오찬 기자간담회
비한은 금통위원 5명 중 유일하게 임기남아
"외환위기 가능성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어"
"한미간 금리차 어느정도 둬야"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은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아직 우리나라 통화의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어야 된다. ”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예상 밖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임지원(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3일 한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금리정책 측면에서 보면 한·미간 금리 차를 어느 정도 둬야된다는 뜻이다.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은 최저 수준의 금리인 ‘실효 하한’의 급격한 인하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1.50~1.75%로 우리나라(1.25%)와 비교해 0.25~0.50%포인트 역전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임 위원은 5명의 비한은 금통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가 남아있다.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위원들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았던 임 위원이 ‘매파(긴축 선호)’에 가까운 색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양호해진 대외건전성에도 외환위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국가는 아니다”고 평했다. “해외에서 우리를 평가하는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좋지 않다. 20년 동안 두 번이나 외환위기가 발생한 국가가 많지 않다”며 “우리나라 통화의 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사이클이 종료된 이후, 얼마나 이를 잘 견뎌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치는 글로벌 경기 하강기에 하락하면서 수출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와 경기에 확장적으로 작용하며 완충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외건전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될 경우다. 대외부채 상환 부담 우려로 자본유출이 발생, 통화가치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에 “신흥국 신용위험을 상쇄할 수익률을 얹어줘야 한다”며 “신흥국과 선진국 간 어느 정도 금리 차를 두는 것은 위기 시 발생할 금융불안정 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보험’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실효하한’에 대해서도 “이번 사이클에서 (한은이) 안 가본 길을 가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얼마나 급격하게 내릴 수 있을지 판단하기엔 아직 그레이존(회색영역)에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경기 판단에 대해서는 “신규수주와 재고상황 지표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다소 진정되는 것 같다”며 “기술적 반등일지, 회복인지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2명의 동결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경제가 회복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고, 금융불균형 우려가 여전히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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