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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이러쿵저러쿵 관여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이들 전직 수장의 공개 경고 이후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경제 원로들의 조언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이들 4명의 전직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은 ‘미국은 독립된 연준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이, 특히 정치적 이유를 위해 해임이나 강등의 위협 없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활동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는 확신에 있어 일치한다”며 “역사적으로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건전한 경제 원칙과 데이터에만 의존할 때 경제가 강하고 최상으로 작동했다는 걸 봐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파월 의장을 연준 이사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지난 6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를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들은 또 “정치지도자들이 선거철에 단기적 경제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실행을 중앙은행에 요구해온 많은 예가 있다”며 “그러나 정치적 필요에 기초한 통화정책은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를 포함해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것을 많은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가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경제 호조를 최대치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임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어 “연준은 의회에 의해 충분히 견제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통화정책 개입에서 손을 뗄 것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對中) ‘매파 중의 매파’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를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연준이 연내 금리를 0.75%포인트 또는 1%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갈등 장기화가 명확해진 만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을 상대하려면 금리 인하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의 연준 압박은 일반화됐다고 해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압박에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연준 수장 4명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나바로 국장은 “미국의 경제는 바위처럼 견고하다”면서도 지난해 4차례에 걸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미 성장률을 희생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내 말에 동의한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5일)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데 대응하고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수 시간 전 띄운 트윗을 통해 “연준은 듣고 있나? 이것(중국의 환율 조작)은 앞으로 중국(위안화 가치)을 매우 약하게 할 중대한 위반”이라며 지난달 31일 금리를 0.25% 내린 연준에 다시 한 번 금리 인하를 촉구했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목표는 중국이 아니라 연준”(블룸버그통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무역협상과 금리 인하라는 두 토끼 잡기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