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장에선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에 관계없이 법적인 위협요인을 없앤데다 네트워크 관리 인력을 내재화함으로써 5G 시대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희망연대 비정규직 지부도 본사 정규직 고용을 쟁취하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3일 노사 합의에는 2500여 명에 달하는 초고속인터넷·IPTV 설치·A/S 기사(간접고용)에 대한 정규직 전환 문제는 빠졌다.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처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쉽지 않다며 자회사 수준의 임금, 성과급 부여 등 5가지 안을 제안했다.
반면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돈은 필요 없다며 직접고용이라는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LG유플러스나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계가 초고속인터넷 설치 기사를 직접 고용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설치나 A/S 일감이 줄고 있어 비정규직이나 협력사 고용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2500여 명에 달하는 유플러스 설치기사나 1000여 명에 달하는 티브로드 설치 기사들의 간접 고용 문제가 통신·방송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정체…기술진보로 A/S도 줄어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년 새 41만 명 순증하는데 그칠 정도로 정체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2017년 3월 2079만 4042가구였던 데에서 2018년 3월 현재 2120만 6254가구에 그쳤다. 올해 1월(2124만8527가구)와 비교하면 오히려 4만2003가구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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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봇(대화형정보처리시스템)을 이용한 직접 수리가 일부 가능해졌고, 기술 진보로 망과 장비 고장이 줄어든 것도 A/S 기사들의 일감을 줄이고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설치·A/S를 맡는 사람을 줄이거나 인건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이런 상황은 설치기사들의 노동 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그간 홈기반 유선통신 분야에서 비정규직 협력사 직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의 이직률이 최대 40%에 달했던 것도 일부 악덕 고용주들의 임금 체불도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인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설치·A/S 기사를 자회사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 입장에선 그래도 고객 접점 서비스를 맡는 사람들인데 그냥 비정규직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자회사(홈앤서비스)로 통합해 비통신 기기들, IoT나 태양광 발전기 같은 부분으로 설치나 A/S를 확장하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홈앤서비스 출범이후 여전히 희망연대측과 임금 협상에서 갈등을 벌이면서, LG유플러스나 티브로드 등 다른 회사들은 정규직화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초고속인터넷 설치·A/S 기사들의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지금처럼 위탁방식으로 유지하려면 갈등이 불가피한 구조”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홈앤서비스 사태를 보면 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잡음이 여전해 기업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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