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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13일 이후 롱비치터미널 지분 보유자인 스위스 선주 MSC와 롱비치터미널 담보설정 승인을 위한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고 MSC 측은 지분 46%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상초유의 법정관리 사태를 빚고 있어 전의를 상실한 한진해운이 MSC를 상대로 설득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 또한 한진해운은 기존에 담보를 제공해 돈을 빌린 해외금융기관 6곳도 함께 설득해야 한다. 빚이 쌓여가는 롱비치터미널을 또 다시 담보로 잡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에 소극적인 이유는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사외이사들은 이같은 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선담보 후지원이라는 원칙에 의결했다. 또한 계열사끼리의 채무 보증, 자금지원이 금지된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은 한진그룹에 배임을 강요한 셈이고,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게 희망고문을 가한 셈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사재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 요구다. 한진그룹의 추가 지원요구는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법정관리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미 자기 손을 떠난 회사를 대주주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이번 이사회 결의를 내놓으면서 사전에 법원 측과 담보설정이 가능한 지 어떤 의논도 거치지 않았다. 법원 측은 한진그룹이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설정하기보다는 매출 채권을 담보로 설정할 것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롱비치터미널의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담보로 인한 부채가 적지 않아 추가 담보 설정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말 현재 롱비치터미널의 재무상황을 보면 자산 2597억9900만원, 부채가 6475억4200만원으로 자본은 마이너스 3877억4300만원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담보 설정으로 부채가 늘어난 탓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법원과 협의를 통해 자금지원 대책을 내놓을 필요는 없지만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설정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면서 “과연 MSC 등 이해가 걸린 당사자들이 한진해운의 설득을 이해해줄 지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돌입 이후 빚어진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힘든 이유는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알짜 자산을 대부분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신항만 지분, 미국·EU등록 상표권, 한진해운 상표권, 도쿄사옥 등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자산을 대부분 사갔다. 당시로선 유동성 지원 대책이었지만, 현재로선 유동성이 꽉막히게 된 원인이 됐다.
법원은 현재 삼일회계법인에게 실사를 맡긴 상황이다. 중간보고서가 나오는 다음달 7일 한진해운은 생사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중간보고 형식이지만 사실상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담는 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법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회생으로 보낼 지, 파산 수순을 밟게 할 지를 결론지을 예정이다.
이순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한진해운 선박 70여척에 실린 컨테이너 35만개에 화물을 실은 화주, 한진해운을 화주와 이어준 포워더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일단은 선박 5척에 실린 컨테이너 3만개를 내리는데 200억원이 투입됐다. 오는 13일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이 투입되면 8만~12만개가 하역할 수 있다. 나머지 20여만개는 여전히 망망대해에 남게 된다. 한진그룹과 금융당국이 책임을 피해가며 무한궤도를 그리는 동안 수출입 기업들만 속을 썪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