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11일 최근 한국에서 갑을관계나 경제민주화 논란이 거세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날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2013 기조연설에서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Market(시장)가치가 다른 중요가치에 위해를 입히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있다”며 “한국에서 놀라운 점은 이러한 질문이 상당히 공론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경쟁력을 갉아먹는 갈등, 치유의 방법은 있는가’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혜택과 이득을 사회구성원 모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하나의 가치있는 도구로, 생산적인 활동을 조직하는데 중요하지만, 시장사회란 거의 모든 것들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으로 시장가치와 시장중심의 사고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으로 믿고 있는 가족, 개인사, 건강, 시민활동 등이 돈에 좌우되는 자본사회인 것이다.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아질수록 돈을 적게 가진 사람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확대된다”며 “돈이 좋은 교육과 보건서비스 등에 영향을 미치면 불평등이 심각해질 수 밖에 없어 염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시장 메커니즘이 지배할수록 시민의식, 도덕적 책임감은 경제적 문제로 전환되며 비시장적인 가치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과거의 태도와 가치의 복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지난 30년간의 시장 승리주의, 신념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공개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공익을 수행하고, 어떤 부분에서 시장기능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샌델 교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이같은 시장경제와 시장사회에 대한 역할, 토론이 없었지만, 한국에서의 공론, 담화, 논쟁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미 우리가 시장 경제의 혜택을 누리면서 시장사회가 되지 않는 방법, 우리의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유대관계를 훼손받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공론화하고 있다”며 “자본사회라는 게 단순한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시민의 역할과 정의에 대해 서로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란 완벽한 평등을 원하는 게 아니지만, 부자와 빈자간의 각각 공공의 공간들이 달라지는 게 문제”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같이 생활하고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만 공공의 선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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