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 법안 통과…與 “총선용 악법” 반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쌍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총선용 악법”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예고한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즉각 행사하기로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된 안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불법로비·뇌물제공 행위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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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겸 원내대표는 쌍특검 표결 불참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가진 자리에서 “쌍특검법은 과정과 절차는 물론 내용과 목적도 문제투성이인 총선용 민심 교란용”이라며 “총선기간 내내 가짜뉴스를 만들어 대통령 내외를 공격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론 반발·與 반란표 변수…한동훈, 해법안에 주목
현 여소야대 지형의 국회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여기에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또다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 비대위 출범 취지가 퇴색하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야당과의 극적인 합의로 특검법을 총선 이후로 미루거나 정부 주도로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일한 해법으로 떠오른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20%)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특히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도 67%로 높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런 상황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 이후 특검 처리’라는 카드를 내밀어 야당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정부 주도로 특검을 추진할 수 있도록 상설특검법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당정은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를 의결한 특검법안 관련 법에 따라 15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다만 재의결을 위한 법 조항은 없는 상황이라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천 이후로 이를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특검법에 찬성하는 야당 의원이 182명(민주당 탈당한 무소속 포함)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천에 탈락한 국민의힘 반란표 18명만 끌어들이면 재의결이 가능한 셈이다.
또한 한 비대위원장이 여론을 고려해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발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총선 이전에 관련 이슈를 마무리할 수 있으며, 정부 주도로 특검 위원 구성이나 수사 범위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이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수직적인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쥐고 특검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총선 분위기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쇄신하는 당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선 한 비대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