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대주교는 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 소속 장애인 부모들과 면담했다. 이들은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맡긴 부모 400여 명이 모인 단체로, 장애인시설을 폐쇄해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이룬다는 ‘탈시설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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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열 서울부모회 대표는 “중증 발달장애인은 24시간 전문가의 보호를 받아야하고, 지체 장애인들과는 전혀 다르다”며 “탈시설화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24시간 케어받을 수 있는 시설을 보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박순옥 부모회 총무는 “아들이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있으면서 간질과 경기를 멈추고 건강해졌다”며 “그곳이 우리 아이에겐 낙원인데, 이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 입소 대기자가 100명 이상인데,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가정에서 장애인 자녀와 함께 지내다가 동반 자살을 하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지난 5년 간 대략 30여 건 발생했다며 “이것이 탈시설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탈시설화는 장애인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대교님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1970~80년대를 걸쳐 대규모 장애인 복지시설이 세워졌는데 대규모 시설의 한계를 탈시설로 연결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시설은 비인격적, 비합리적이고 문제가 많다’는 집단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돌봄의 조건이 다양하게 열려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시설에서 제공되는 돌봄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채로 무작정 탈시설로 가면 (장애인들의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정 대주교는 “교회도 ‘탈시설 정책’이 갖고 있는 불합리와 미흡함을 공감하고, 여러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위로했다. 이날 면담에는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 주수욱 신부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