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경주마 생산농가를 하고 있는 A대표는 현재 농가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토로했다. A대표의 얘기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 경마산업은 사실상 완전히 멈춰 섰다. 경마는 승마 등 말과 관련된 산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마 부진이 길어질수록 관련 종사자들의 위기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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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경마 중단 또는 무관중 경마로 국내 경마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마사회는 2019년만 해도 마권 매출 7조3500억원, 당기순이익 1400억원 대를 기록한 알짜 공기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작년에는 매출이 1조1000억원 대로 쪼그라 들었고 4300억원 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경마사업 부진은 고스란히 말 산업으로 전이된다. 통상 마사회는 이익금의 70%인 1000억원 가량을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하지만 작년에는 경영 악화로 이를 납입을 하지 못했다. 축발기금은 축산업 경쟁력 제고나 수급 관리 등에 사용하는 재원이다.
이렇다 보니 경주마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말을 키워 놓고도 제대로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경주마를 2년 가량 키워 경매에 내놔야 하는데 경마가 제대로 열리지 않다 보니 수요가 크게 줄어 사실상 떨이 판매에 그치고 있는 것. 실제 한국경주마생산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주마 경매의 평균 낙찰가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353만원에서 올해 3494만원으로 20% 가량 떨어졌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달 3차 경매에서 낙찰가액은 3120만원까지 낮아졌다. 30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주마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마 부진을 해소하려면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말 산업계 입장이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3만5000여명의 종사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온라인 경마 허용을 촉구하는 청원을 냈다. 국회에도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마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마사회는 정작 기관장 리스크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온라인 경마를 취임 일성으로 내건 김우남 회장이 폭언 논란으로 직무정지 조치가 됐기 때문이다.
김창만 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지원하는 농산물과 달리 경주마는 손해를 보고서도 팔 수밖에 없는 탓에 농가 피해가 극심하다”며 “경마가 없으면 말 산업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