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번화가. 서울시에서 나온 단속반이 듬성듬성 벤치와 노상 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향해 빨간 경광봉을 휘저었다. 거리 이곳저곳을 오가던 단속반이 “그만 드시고 귀가하시라”라고 말하자 한 시민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모임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야외’에서 거리두기도 잘 지키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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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방안을 확정하고, 서울시가 7일 0시부터 본격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명령에 나서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술은 안 되고, 커피나 야식은 되느냐”는 형평성 문제부터, 도심 집회나 해외 유입자는 놔두고 애꿎은 ‘야외 모임’을 막느냐는 것이 이유다.
지난 5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에서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미처 다 나누지 못한 술과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10시 이후 음주’ 과태료 등 강제성을 띈 행정명령이 시행되기 전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벤치와 노상을 점령했다.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사람들은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인근 한강공원에서도 사람들이 듬성듬성 모여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시 단속반과 경찰이 단속에 나서도 그때뿐이었다. “술을 그만 마시고 귀가하시라”는 권고에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칙상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술이 아니라 커피다”라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방역조치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근 가게 상인들은 “‘사적 5인 모임 금지’, ‘거리두기’ 단속을 했을 때도 여전히 ‘야외 술판’이 벌어졌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10시 이후 음주 금지가 돼도 아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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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야외에서 음주를 막는 방역조치가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포한강공원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던 20대 이모씨는 “이미 사적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있는 와중에 인원 제한이나 거리두기 등 기존 방역 수칙을 조여서 밀집도를 막아야지 야외 음주를 막는 것은 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독일 국적의 A(23)씨 역시 “야외에서는 그나마 실내보다 안전하지 않느냐”며 “한국 정부가 왜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일부 시민은 ‘음주’에 한정 지은 방역조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B(32)씨도 “밤 10시 이후 야외에서 술 먹는 것은 불가능하고, 모여서 커피나 야식 먹는 것은 가능한 방역조치가 이해가지 않는다”며 “불법 집회나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우선 막아야지 정부가 헛심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지난 4일 “수도권 지자체에서 이런 체계를 발동시키고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며 “유행 상황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때까지 기간은 정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밤 10시 야외 음주 금지’에 강제성을 입힌 행정명령을 7일 자정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오후 10시 이후 야외 음주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적발 시 우선적으로 계도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계획 중”이라며 “과태료 부과와 상관없이 오후 10시 이후 야외 음주금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