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타 이사 "금리·유로화 상승…ECB 테이퍼링 정당화 안돼"

이정훈 기자I 2021.05.26 15:53:23

통화정책위원 겸하는 파네타 이사, 니혼게이자이 인터뷰
"금리상승·유로강세 멈추지 않는 한 테이퍼링 논의 못해"
"인플레 일시적…유로강세로 인플레 압력도 약해질 듯"
"디지털유로 이르면 2026년 발행…예금인출 대비해 보유한도 설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춰 도입한 긴급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당장 축소하려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 겸 정책위원이 주장하고 나섰다.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 겸 정책위원


ECB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파네타 이사는 2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시장금리 상승과 유로화 강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지금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을 줄이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PEPP 축소처럼 장기적인 문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테이퍼링(Tapering) 논의를 늦추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발언보다 좀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메시지다.

ECB는 팬데믹 이후 PEPP를 도입하며 지금까지 1조85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등을 긴급 매입해왔다. 3월에 매입 규모를 확대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호조를 보이자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ECB 내에서도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이 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네타 이사는 “봄 이후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융여건이 다소 타이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 상승으로 인해 유로화가 오르고 있다”면서 “이처럼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 물가 상승압력도 약해진다”며 테이퍼링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전년동월대비 1.6% 올라 표면상으로는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긴 했다. 그러나 파네타 이사는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인플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미 캐나다가 통화완화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테이퍼링 시그널이 나왔지만, 파네타 이사는 “ECB가 해외 동향보다는 유로존 내에서의 설득력있는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한편 ECB 내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유로’ 책임자이기도 한 파네타 이사는 디지털 유로 발행 시점을 “이르면 2026년 정도”라고 예상했다.

그는 “CBDC는 (중앙은행 간) 경쟁 대상이 아닌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면서도 “몇몇 해외 결제업체들에 의해 유럽 소액결제시장이 지배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 내 독자적인 디지털 결제수단이 필요하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 유로 도입 이후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대거 이동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만약 디지털 유로를 도입할 경우 1인당 3000유로 정도의 보유 한도를 설정해 예금 유출을 억제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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