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영향인지 순둥순둥하고 어째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던 이전 5세대의 외관과 달리 6세대는 강력한 정통 머슬카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전체적으로 강력한 힘을 한 겹 숨긴 듯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다.
전면부는 중세시대 투구를 연상시키는 범퍼가 눈길을 끈다. 전작의 과격한 인상을 숨기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진다. 가운데 자리잡은 블랙 보타이 엠블럼은 단순히 검게 처리한 것을 넘어 아예 구멍을 뚫었다. 냉각에 도움을 주는 작은 디테일이다.
한껏 치켜든 후면은 테일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변경하고 테두리를 둥글게 다듬어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왠지 스포츠카 콜벳을 닮아 더 강력해보이기도 한다.
사이드 미러는 수동 접이식이다. 북미사양 차종의 경우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는 탑재했지만 도어 잠금 시 함께 접히는 ‘락폴딩’ 기능은 빠진 차종이 왕왕 있는데 이 차는 한 술 더 뜬다. 운전석이야 충분히 손으로 펼 수 있지만 접혀있는 조수석 사이드 미러는 운전자를 결국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실내는 각지고 투박했던 이전 5세대에 비해 곡선을 많이 사용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의외로 편의사양이 만족스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드디어 존재 의미를 찾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열선 스티어링 휠과 통풍시트까지 장착됐다.
쉐보레의 보타이 엠블럼 대신 ‘CAMARO’ 로고가 적힌 투박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림이 두꺼워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구멍까지 숭숭 뚫려 미끌림이 적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시프트 패들은 스포티한 주행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프레임리스 룸미러가 눈에 띄지만 차량 디자인 특성 상 후방 시야가 좋지 않다. 모양이 어째 캐딜락과 비슷하다 싶더니 그 룸미러였다. 뒤편의 레버를 당기자 고화질 후방모니터 화면이 등장한다. 화각이 넓어 일반적인 거울보다 더욱 넓은 면적을 보여준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생각보다 이질감도 크지 않다. 다만 야간 주행 시에는 빛 번짐이 심해 종종 시야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이전의 쉐보레 순정 내비게이션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폰 커넥티비티를 지원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만 이 모든 좋은 기능을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고개 숙인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그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차량 특성을 감안해도 수납공간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컵홀더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놓을 만 한 마땅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트렁크 공간도 기대 이하로 좁다. 무엇보다 입구와 폭이 좁고 높이도 낮다. 웬만한 짐은 제대로 넣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다행히 뒷좌석 폴딩을 지원해 골프백 같은 길이가 긴 짐을 적재하기 용이하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새로운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453마력, 62.9kg.m의 토크가 오롯이 뒷바퀴에 집중돼 차체를 거칠게 밀어낸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물 만난 고기처럼 꼬리를 휘저으며 튀어나간다. 넉넉한 배기량과 묵직한 배기음을 동반하는 가속감은 터보차저를 통해 얻어지는 다운사이징 엔진의 그것과는 본질이 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편안한 주행과 과격한 주행에도 10단 자동변속기의 들락거림이 빈번하다. 촘촘해진 기어비덕에 일상에서 한결 더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덤이다.
여기에 시속 100km 정도로 항속주행을 하면 4기통만 작동시켜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이는 가변 실린더 기능이 탑재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도 달린 기능으로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8기통의 기분 좋은 사운드를 듣기 위해 악셀을 밟는 오른발에 자꾸 힘이 실려 지속 시간은 길지 않다.
사각지대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 안전사양을 탑재했으나 자동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보다 적극적인 최신 주행안전 사양이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10단 자동변속기와 가변실린더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도 연비는 차량의 성격과 배기량을 감안해야 한다. 사흘 간 250km 가량을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6.3km/L다. 출퇴근 정체가 잦은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한 것과 시승 동안 여러 차례 과격한 주행이 동반 된 것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수치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유럽 브랜드 스포츠카를 타려면 1억원은 가뿐히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약 400만원 가량 올랐지만 여전히 5천만원 대를 유지한다. 비슷한 동네 친구 포드 머스탱 보다 1천만원 이상 저렴하다.
한 줄 평
장점: 1억원 이상의 가치를 거의 절반값에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가성비
단점: 1억원 이상의 차와 비슷한 살인적인 유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