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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동생에 일감몰아준 CJ계열사 '검찰고발'

박종오 기자I 2016.09.29 15:01:56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 계열사인 CJ CGV(079160)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이 차린 광고 대행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국내 영화 상영 1위 사업자인 CJ CGV가 이재현 회장 동생인 이재환씨가 차린 주식회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재산컴)를 부당하게 지원해 다음달 중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CJ CGV에 과징금 71억 7000만원을 부과하고 재발 방지 명령도 내릴 방침이다.

◇CGV 광고일감 재산컴에 모두 위탁…부당이득 102억원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는 2005년 8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6년 4개월간 영화관 내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일감 전체를 재산컴에 맡겨 이익을 몰아줬다. 재산컴은 이재현 회장의 동생 재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대표를 맡은 회사다. 2005년 7월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CGV 스크린 광고주 유치, 광고 편성, 편집 등 광고 대행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CJ CGV는 당시 기존 거래처였던 매출액 연 100억원대 중소기업 ‘삼양씨엔씨’,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CJ미디어’(현 CJ E&M)와의 광고 영업 대행 계약은 모두 해제했다. 또 재산컴에 지급하는 영업 대행 수수료는 기존 스크린 광고 매출액의 16% 선에서 20%로 높여 회사 성장을 도왔다. 공정위는 CJ CGV가 2011년 12월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비용 과다 지출 사실이 적발돼 수수료율을 정상 수준으로 낮출 때까지 7년여간 재산컴이 얻은 부당 이익이 102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실제로 재산컴은 쑥쑥 컸다. 2005년 설립 당시 연 16억 8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1년 158억 2100만원으로 불어났다. 2005~2011년 평균 영업 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50%에 달했다.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시장 점유율(전체 시장 매출액 대비 재산컴 매출액 비율)도 2005년 33%에서 2011년 59%로 상승했다.

◇‘특수관계인 부당지원’ 위반…법인 검찰고발

공정위는 CJ CGV가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특수관계인 부당 지원)를 어겼다고 결정했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기존 거래처인 중소기업은 거래가 끊기면서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서 “경쟁 입찰을 하거나 복수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CGV는 특수관계인 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결과적으로 광고 영업 대행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CJ CGV에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23조의 2)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 조항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의 내부 거래액이 연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는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정 과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총수 일가 사익 편취 방지)는 2015년 2월 이후 진행된 사건에만 적용하고, 상당히 유리한 거래 조건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CGV는 과거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한 것이고 2011년 말에 수수료율도 인하해서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CJ CGV 법인을 검찰 고발키로 했다. 재산컴 지원을 직접 지시했거나 이 건에 개입한 임직원 정황 등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공정거래법상 CJ CGV에 적용할 수 있는 형벌 조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다. 현재로서는 검찰이 CJ CGV 법인에만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특정 경영진이나 재환씨 형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다시 수사 리스트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재현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CJ주식회사 지분 42.12%(올해 3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CJ주식회사는 CJ CGV 지분 39.02%를 가진 지배회사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검찰에 1600억원 대 조세 포탈 및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가 지난달 사면된 바 있다.

CJ CGV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조사 과정에서 재산컴 측에 유리하게 제공된 수수료율을 이미 5년 전에 자진 시정했다고 설명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소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의결서를 받는대로 내부적으로 추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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