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도어의 대표이사 교체는 하이브의 민 전 대표 해임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 하이브는 지난 5월 가처분 결과 민 전 대표의 직접 해임 길이 막히자,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한 뒤 이를 통한 간접 해임을 택했다. 법조계에선 하이브가 가처분 결과를 우회하는 결정을 내린 만큼 민 전 대표 측도 해임 무효와 주주 간 계약 위반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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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어도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유한킴벌리 인사팀장, 크래프톤 HR 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로 하이브에서도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역임한 인사관리(HR) 전문가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는 사내이사로 남아 뉴진스의 제작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어도어의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은 이사회 구성이 바뀐 지난 5월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상법상 주식회사 대표이사 변경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사의 의결권 행사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어서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하이브 출신의 김 신임 대표와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3인과 민 전 대표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어도어의 이사회 결의라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하이브 측 이사들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어도어 이사회가 3 대 1로 민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구성된 만큼 대주주인 하이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가처분 결과 하이브의 직접 해임 길이 막힌 만큼 어도어 이사회를 통한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5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에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어기고 하이브가 해임 의결을 할 경우 200억원의 의무 위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하이브가 아닌 어도어 이사회의 결정이기에 하이브는 200억원의 배상금 지급 의무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
◇ 전문가 “법정 공방 불가피…법원 판단이 변수”
민 전 대표의 해임을 가로막던 주주 간 계약은 일단 해지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사이의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대표 임기를 보장하도록 돼 있기에, 추후 계약 위반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주주 간간 계약에 대해서 해지 통보를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적법한 해지 사유가 되는지는 법적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하이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보고기간 말 이후 일부 주주를 대상으로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주주간 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계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맥락상 일부 주주는 민 전 대표로, 주주 간 계약 해지 후 이번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어도어 대표이사 교체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판사 출신 법무법인 새올의 이현곤 변호사는 “어도어가 먼저 해임이라는 카드를 던졌으니 민 전 대표 쪽에서도 이제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사이의 주주 간 계약 위반이나 해임 무효, 가처분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 유지에 대해 이 변호사는 “대표이사만 나가고, 사내이사 지위는 유지된다는 건 나가라는 이야기랑 똑같은 거다. 대표가 돼야 결정권이 있는 건데, 실권도 없이 일을 한다는 게 의미가 없지 않겠나”라며 “사내이사직을 직접 박탈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그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 대한) 법원 결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추가 소송에 따른 분쟁이 지속될 수 있어 완전한 리스크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어도어도 제작과 경영을 분리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보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 전 대표 측은 “이번 해임 결정은 주주간 계약과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민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역시 “향후 논의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