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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은 오늘부터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등 준법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간호사들은 대리처방·대리수술·채혈·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동맥혈 채취·항암제 조제·삽관·봉합 등 법적으로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 밖 일을 해왔다. 이처럼 불법이지만 관행처럼 해왔던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게 간협의 설명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 그친다. 그러나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간호사들은 불법임에도 관행적으로 대리수술 등 의료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술 보조, 처방 대행, 시술 등을 담당하는 간호사를 의미한다. PA 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 달리 간호부서가 아닌 진료부서에 속해 있는 상황이다.
만약 PA 간호사가 대거 준법투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수술 지연 등의 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전국 약 1만명에 이른다. 수술 보조·절개·봉합·처방 등 PA 간호사 업무가 이번 준법투쟁으로 멈추게 된다면 대형병원의 수술 일정이 미뤄지게 될 전망이다. 강윤희 이화여대 간호대학장은 “인턴·레지던트가 부족해 하지 못하는 업무들을 간호사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준법투쟁으로) 수술실에 들어갈 인력이 부족해 수술 지연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 현장 외 전반적인 의료현장의 혼란도 예견된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2월 간호사 3만16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4.9%가 ‘의사 대신 시술·드레싱을 한다’고 응답했다. ‘처방을 한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전체의 43.5%에 달했다. 다수의 간호사가 준법투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상당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PA 간호사의 경우 일반 간호사들과 달리 진료부서에 속해 의사들의 지시를 받는 만큼 이번 준법투쟁에 대거 참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회원 98.6%가 적극적 단체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응답했다”며 “별도의 신고센터도 운영하기 때문에 의료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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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가 투쟁 △면허증 반납 운동 △대국민 홍보 활동 등을 언급했다. 간협은 “전국 간호사의 면허증을 모아 보건복지부로 반납할 것”이라며 “오는 19일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탄대회의 경우 간호사들의 자발적 연가 신청으로 참여를 받게 된다. 규탄대회 이후에도 지역별 연차 투쟁을 통해 단체활동을 이어간다는 게 간협의 설명이다.
간협은 이번 1차 발표는 약한 수준이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행동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협 관계자는 “총파업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회원들의 항의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간호법 논의 등 여러 상황을 지켜본 뒤 여의치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단체행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제6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박 차관은 “간호사께서 지금까지 환자 곁을 지켰던 것처럼 앞으로도 환자와 함께 해 주길 바란다”며 “진료공백 발생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