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담회를 앞두고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정은 오는 13일 국회에서 코인 상장·상폐 기준을 통일하는 내용의 ‘자율규약’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 만에 나오는 후속대책이다. 가이드라인 첫발을 떼는 의미가 큰 간담회다. 향후 가상자산 법제화 기반을 다지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참조 6월7일자 <[단독]코인 상장·상폐 통일한다.루나 대책 13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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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업계에서는 걱정이 태산인 분위기다. ‘망신주기 간담회’가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루나 사태에 대한 해법 찾기보다는 책임 추궁하는 ‘여론재판’이 될 것이란 걱정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에는 비공개로 예정됐던 당정 간담회가 갑자기 공개로 전환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 ‘청문회’가 됐다. 거래소도 루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순 없다. 하지만, 당사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놔두고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였다.
그렇다고 처벌도 제도화도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정리된 게 없다. 권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청은 국민의힘에 처벌과 보상 모두 어렵다고 보고했다.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회에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대책을 포함한 업권법 13개가 발의돼 있지만,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윤석열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기조가 헷갈린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에서 가상자산 범죄는 엄단하되 ‘시장 성장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특히 거래안정성 제고, 투자자 보호장치 법제화 추진,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서 추궁하는데 집중할 뿐, 건전한 시장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책임도 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7일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이슈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응용돼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의 충분한 참여를 통한 제도 보완도 약속했다. 루나 사태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하고 처벌하되, 가상자산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바로 잡을 건은 바로 잡되, 산업은 키우고 투자자 보호 대책은 힘 있고 속도감 있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