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모빌리티 성역화’가 점점 공고화되고 있다. 카풀(승차공유)에 이어 택시 이번엔 대리운전까지 기존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들의 입김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이러한 모빌리티 분쟁은 중소와 대기업 구도에서 볼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소비자 후생을 고려한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4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유선콜(전화) 대리운전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금지했다. 앱(플랫폼)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 확대는 허용했으나, 권고에 ‘확장·홍보 자제’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실상 경쟁 제한 조치를 둔 것이다. 3개월간 부속사항 협의에서 경쟁 제한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경쟁마저 쉽지 않도록 손발을 묶을 태세다.
지난 몇 년간 모빌리티 시장 분쟁을 보면 중소는 절대선, 대기업은 절대악처럼 여론이 움직였다. 이러한 성역화는 좋지 않다. 시장의 발전을 멈추게 만든다. 카풀 플랫폼이 꽃 피우려다 금세 져버린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게다가 대리운전 유선콜 시장을 꾸려온 기존 기업들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가 과히 좋지 못하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지난달 주요 콜 프로그램사인 바나플(옛 로지소프트) 대표를 무고죄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율의 수수료에 일방적 배차제한 등 부조리가 여전하고 콜 취소를 핑계로 벌금을 부과하고 업소비까지 강탈했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이번 동반위 권고를 두고 “생색내기 위한 말장난에 가까운 권고”라며 “업체 간의 분쟁을 조정한 것이지, 역학관계에서 밀려난 대리기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또 유선콜 업체를 가리켜 ‘골목깡패’로 지칭하는 등 원색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동반위는 기존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 도피성 선택을 했다. 정작 대리운전 서비스 주체인 기사 입장을 배제한 것은 물론 신기술 도입과 시장 경쟁 활성화가 불러올 소비자 후생 확대마저 뒷전으로 미룬 것이다.
동반성장은 대중소를 구분할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에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도 시장 내 최약자인 대리기사와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소비자 후생 확대를 포함해 3개월간 실체적이고도 발전적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