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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는 한 명당 5장. 이 마저도 두 시간은 줄을 서야 했다. 밖에서 보기에 그 모습은 이름과는 다르게 불행해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줄을 선 사람들에게 행복한백화점은 다른 의미로 ‘행복한’ 장소였다. 어찌 됐건 줄을 서기만 하면 마스크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으로 지정한 약국은 찾는 곳마다 매진돼 살 수가 없고 우체국은 읍·면 소재 우체국에서만 팔았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늦게 도착하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번호표 조차도 못 받는다. 현재 코로나19 사태 속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유일한 아이템이 마스크라는 점을 고려하면 행복한백화점은 단순한 판매처 이상의 의미였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4일)부터 행복한백화점에서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스크를 제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약국을 중심으로 판매하겠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아 마스크가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논리인 듯하다. 혹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정책 실패처럼 느껴져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시스템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그나마 오아시스처럼 마스크를 살 수 있던 행복한백화점은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결국 사람들은 다시 어딘가에 줄을 서러 가야 했다. 이미 행복한백화점 인근 대형마트에는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에 긴 줄이 생겼다. 물론 그곳에서는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기약도 없다.
계속해서 바뀌는 마스크 정책에 현장 혼란만 벌써 일주일째다. 시민도 이와 관련된 직원들도 지쳐가고 있다. 시민들이 왜 두 시간도 마다않고 줄을 서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즉흥적인 정책은 또 어딘가에 대기줄을 만들 뿐이다. 줄 세우는 게 당국자의 취미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현장에 나와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 보시길, 그리고 느껴 보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