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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63)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18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실물시장, 금융시장을 투명하고 원활하게 작동하게 할 제도들이 정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각 제도를 위반했으니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과 주식 등의 대량보유 보고 의무는 기존 경영진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피고인이 기존 경영진에 속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자녀들에게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당시 차명 주식을 본인 보유분에 포함하지 않은 혐의(독점규제법 위반),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양도소득세 납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 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로 유지한 채 매도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자백한 점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을 구형했다. 이 전 회장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남은 인생 동안 다시 한번 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끈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편 이 전 회장은 허가가 취소된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고 직후 관련 의혹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 전 회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