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사온 신부'… 그릇된 인식에 멍드는 이주여성

김경민 기자I 2019.07.10 14:35:03

베트남 1500만원, 태국 1900만원 상품 팔듯 광고
5~6일만에 맞선부터 결혼까지 '간단 절차' 홍보

지난달 19일 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열린 ‘대구 폭력피해 이주여성상담소’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상담소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관련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에서 대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봄 같은 여성’, ‘미소가 시원한 성실한 여성’, ‘편안하고 정 많은 여성’…

마치 홈쇼핑 제품의 홍보 문구 같은 이 소개말은 국내 한 베트남 결혼 소개 업체에서 해당 여성의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이런 여성과 결혼하는 데 얼마가 든다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국제결혼은 마치 이주여성을 ‘돈 주고 사온 사람’인 것처럼 그릇된 인식으로 만들고 있다.

◇ 소개업체에 대략 천만원 안팎 비용 내

자료=한 국제결혼소개업체 웹페이지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소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 등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할 때 한국 남성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000만원 안팎이다. 이 비용에는 항공권, 현지에서의 숙박료, 결혼식 비용, 통역비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소개 업체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국가별 결혼 비용 안내’라고 해서 국가별 드는 비용을 올려놨다. 나라도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하다.

어떤 소개 업체는 아예 해당 여성의 사진을 줄줄이 올려놨다. 여성의 사진을 이름과 나이를 함께 올리고 간략한 가족 상황, 성격도 소개했다. 마치 물건을 사듯이 여성을 사진을 보고 고르게 해 놓은 것이다.

자료=한 국제결혼소개업체 웹페이지
국제결혼을 하는 절차도 매우 간단하다. 결혼할 마음을 먹고 업체를 골라 계약금을 내면 마치 여행을 가듯이 4~5박의 일정으로 현지를 방문해 맞선을 보고 바로 결혼까지 이어진다. 물론 출국 전 사진을 통해 여성을 고르고 화상 전화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도 있다.

◇ 잘못된 국제결혼 관행에 그릇된 인식 생겨

이런 식으로 국제결혼이 이뤄지다 보니 남성 측에서는결혼 상대에 대해 ‘돈을 주고 사왔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외국인 여성에게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렇게 잘못된 인식은 곧 무시와 차별로 이어진다.

국제결혼으로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2011년부터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크, 태국 출신의 국민을 배우자로 맞으면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4시간 정도 걸리는 이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대부분 한국 남성이 내는 비용은 남성이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가서 여성을 만나 결혼식, 결혼 서류 등에 드는 비용을 중개업자에게 지불한 것일 뿐 여성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주 여성을 돈을 주고 사왔다’이런 잘못된 인식으로 무시와 차별이 시작되고, 이주 여성을 통제하고 폭력과 폭언 등으로 이어지며 때로는 목숨을 빼앗아 가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 결혼소개업체 웹사이트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