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개선 강조' 샤프 前주한미군사령관 대타 유력
韓 사정 밝고 트럼프 성향에도 부합
'亞 전문가' 내퍼 대사 대리도 거론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사진=빅터 차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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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원다연 기자] 빅터 차(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에 대한 주한 미 대사 내정이 30일 철회됐다. 차 석좌의 낙마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의견 차 때문으로 분석돼 미 정계에서는 “후임으로 더한 강경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주한 미 대사 지명 절차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백악관이 내정했던 차 석좌의 주한 미 대사 지정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평소의 위협적 레토릭(수사)을 쓰진 않았지만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며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지명이 철회된 이례적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공격을 얼마나 심각하게 검토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차 내정자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내정자가 백악관과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낙마하면서 후임 대사는 더 강경 인사로 낙점될 가능성이 커졌다. 후임으로는 지난해부터 빅터 차 내정자와 함께 거론됐던 월터 샤프 전 주한 미군 사령관과 마크 내퍼 대사 대리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빅터 차 내정 철회 이후 백악관은 이미 주한 미 대사 후보자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이 다른 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가능한 빨리 적절한 후보자를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현재 후임 내정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샤프 전 사령관은 지난해부터 빅터 차 내정자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한국 사정과 북한 동향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는 샤프 전 사령관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과 함께 정보 유입, 인권 개선의 시급성 등을 강조해왔다. 주한 대사는 대부분 직업 외교관이 맡아왔지만 군 출신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마크 리퍼트 대사 이임 후 1년 넘게 대리를 맡고 있는 마크 내퍼 대사 대리도 후보자로 거론된다. 미 국무부에서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 이어 한국에서는 세번째로 근무하고 있다. 마크 내퍼 대사 대리는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에 진행되는 북한 열병식에 대해 “원칙을 훼손하는 명분없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대북전문가 브루스 클링너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대북 매파인 존 볼턴 전 유엔 미국 대사 등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후임 선정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신원 조회 과정이 길고 철저하다”며 “(대사)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서울에 오랜 경험이 있고 존경받는 대사대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주한대사였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떠난 이후 1년간 계속된 마크 내퍼 대사대리 체제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주한 미국대사 최장기 공백이다.
| 윌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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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내퍼 대사대리. 사진=주한미대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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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사진=헤리티지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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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볼턴 전 유엔 미국 대사.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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