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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의 양징자(梁澄子·여) 대표를 포함한 일본인 관광객 30여명은 숲을 들어서며 “스고이(すごい·대단해)”이라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난해 아들 이름으로 힘을 보탠 최지연(35·여)씨 등 숲 만들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10여명도 뒤따랐다. 가벼운 옷차림의 장팡(詹芳·25·여) 중국 상해사범대 중국위안부연구소 연구원도 동행했다. 이날은 섭씨 21도에 북동풍이 초속 2m로 불어 다소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이들은 다음달 3일 완공 1년을 맞아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의 첫 해설(도슨트·docent)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길이다. 소셜 벤처기업 트리플래닛과 공익 디자인회사 마리몬드 등은 지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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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해설을 맡은 이재은(25·여)씨는 한·중·일 3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참가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족적을 뜬 동판 등을 설명했다. 약 40명의 참가자들은 1시간 동안 저마다 길 할머니의 작은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대보거나 기념수를 바라보며 묵상하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동참하자고 다짐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동판 옆 나무의 이름을 묻자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는 “길 할머니가 심으신 수양꽃복숭아”라며 “비록 못나 보일 지 모르지만 당신께서 겪은 험난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일부러 고르신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순간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잠시 얼어붙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최연소 참가자 이태헌(5)군이 천진난만하게 흙장난을 하고 숲에 동화되자 무거웠던 분위기는 다시 풀렸다.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은 고(故) 김순덕(당시 84) 할머니와 김복동(90) 할머니가 그린 작품으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21살 대학생부터 77세 노인까지 31명의 일본인은 좀처럼 그림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으로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을 바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기노 에츠코(52·여) 아카하타 신문 사회부 기자는 지난 1월 한국에도 출판된 ‘후쿠시마에 산다’를 한쪽 팔에 낀 채 다른 손으로 숲에 심어진 들꽃의 이름을 메모했다. 그는 “숲이라는 형태로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려는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마다 깊은 뜻을 가진 숲이 여러 곳에 조성됐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되돌리며 다시 오기를 기약한 참가자 대부분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옆에서 열리는 ‘1248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차량에 올랐다.
트리플래닛은 중국 난징에도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조성키로하고 다음주부터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다. 난징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머무르던 위안소 유적지가 보존돼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과 소녀상 이전 논란 등 민감한 한·일간 외교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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