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SKC(011790)가 자본잠식에 빠진 `애물단지` 비상장 자회사 SK텔레시스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유상증자 참여와 주식 증여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지원한데 이어 이번엔 회사채 발행 지급 보증을 통한 간접 지원에 나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C는 지난 6일 SK텔레시스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KC의 채무보증을 근거로 SK텔레시스 회사채 신용등급을 SKC 등급과 동일한 ‘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SKC가 SK텔레시스의 회사채 발행에 지급보증을 한 것은 계속된 자본잠식으로 장기 신용등급 없이 단기 등급(A3-)만 존재하는 SK텔레시스의 현재 신용도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시스는 1997년 스마트정보통신으로 설립된 후 2001년 1월 현재 대주주인 SKC로 인수됐다. SK그룹 내 통신네트워크 장비의 유통·구축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매출의 70%를 그룹 내 통신 계열사인 SK텔레콤(017670)과 SK(003600)브로드밴드 등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 수익과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지난 2008년 와이브로와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개발비와 인건비, 운전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외부 차입에 나서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2011년 단말기 제조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이미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이후 4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3%에 머무는 등 4년째 자본잠식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총차입금이 1067억원, 순차입금은 968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87.6%로 매우 높다.
위기에 빠진 SK텔레시스를 살리고자 대주주인 SKC와 최신원 SKC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주식 증여에 참여한 바 있다. 2011~2012년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51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달에는 SK텔레시스가 실시한 8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게다가 SKC는 지난 3일 반도체 전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반도체 및 LCD용 케미칼 사업부를 SK텔레시스에 넘긴다고 밝히면서 새 먹거리까지 만들어줬다. 이번 회사채 발행 지급 보증 역시 SK텔레시스 회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시스 스스로 차환 발행이 어렵다 보니 SKC가 현금흐름에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SK텔레시스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때까지 SKC는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지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C 관계자도 “이번 회사채 발행 지급 보증은 앞선 유상증자 참여와 마찬가지로 자회사인 SK텔레시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