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韓기업 덮친다…"계약·보험·물류 총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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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3.09 11:44:40

이란, 해협 폐쇄 선언…상선 1000~3200척 고립
호르무즈에 한국 선박 26척·선원 186명 발 묶여
전쟁보험료 최대 10배 폭등·주요선사 우회 선언
"불가항력·전쟁 위험 조항 등 법적 분쟁 리스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동 전쟁 확산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조달과 중동 수출·현지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법무법인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는 9일 이번 사태의 파장과 기업 대응 방향을 담은 뉴스레터를 통해 운송·보험·법적 리스크가 동시다발로 터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한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유조선 ‘뤄자산(Luojiashan)’호가 오만 무스카트 해역에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공습으로 촉발된 해협 봉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으로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선언하고 통과 선박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했다. 해협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4분의 1 이상, 글로벌 석유 소비의 약 20%,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병목지점이다. 전 세계 비료의 약 33%도 이 해협을 경유한다.

게다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도 재개되면서 수에즈 항로까지 점차 막히고 있다. 글로벌 해운의 양대 병목지점(초크포인트)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국 선박 26척 고립, 보험료 최대 10배 뛰어

현재 걸프 지역에는 약 1000~3200척의 상선이 고립돼 있으며 선원 약 2만명이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한국 국적 선박 26척, 선원 186명이 있다. 해수부는 인근 해역 운항 중인 우리 선박들에 운항 자제 공문을 발송했다.

머스크(Maersk), 하팍로이드(Hapag-Lloyd), CMA CGM, MSC, COSCO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횡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선사는 수에즈 항로도 포기하고 희망봉 우회를 선택했다. 선사들은 화주들에게 긴급 분쟁 할증료(ECS)와 전쟁 위험 할증료(WRS)도 부과하기 시작했다.

보험시장도 경색됐다. 주요 P&I(선주상호보험) 클럽들은 지난 1~3일 이란 및 걸프 해역에 대한 전쟁 위험 담보 취소를 통보했다. 공동전쟁위원회(JWC)는 지난 3일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를 위험 지역 목록에 추가했다. 선체 전쟁 보험료는 선박 가액 대비 기존 0.125~0.4% 수준에서 1.25% 이상으로 5~10배 급등했다.

걸프 주요 항만이 기능을 잃으면서 화물은 오만 살랄라·코르파칸, 스리랑카 콜롬보 등으로 우회하고 있으나 인프라가 부족해 병목이 심화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포트클랑 등 아시아 환적 허브에서도 혼잡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수출 지역의 빈(空) 컨테이너 부족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한국 기업 3대 리스크 주의보

법무법인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 3가지 핵심 리스크를 꼽았다.

우선 에너지 조달 리스크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단기적으로는 비축량이 버텨줄 수 있지만, 조달 가격 급등과 스팟 조달 불안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수출·현지 사업 차질이다. 건설, 플랜트, 기계, 산업재 기업들은 선적 지연뿐 아니라 통관, 내륙 운송, 발주처와의 일정 재협의 등 복합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마지막은 법적 분쟁 리스크다. 전쟁 위험 조항(BIMCO CONWARTIME 2025, VOYWAR 2025 등), 불가항력(포스마주르·force majeure), 체선료(선박 초과 정박에 따른 지체 배상금), 공동해손, 적하보험 전쟁담보 등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는 “선주가 통항을 거부하거나 대체 항로를 택한 것은 전쟁 위험 조항상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목적지 임의 변경이나 안전항 외 장소에 양하할 경우 추가 비용과 책임 귀속 문제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계약서부터 꺼내 들어라”

센터는 또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계약 검토, 보험 점검, 물류 운영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 측면에서는 용선·운송계약 내 전쟁 위험 조항의 구체적 문언을 확인하고, 매매계약상 불가항력 조항과 대이란 제재 조항의 내용도 점검해야 한다.

보험 측면에서는 적하보험의 전쟁담보·공동해손담보 유효성을 즉시 확인하고, P&I 전쟁담보 취소에 따른 미담보 리스크를 평가해야 한다. 봉쇄 및 억류 보험(blocking and trapping insurance) 확보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류 측면에서는 대체 공급처와 우회 항로를 확보하고, 각종 할증료 부담에 따른 비용 전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향후 분쟁에 대비해 선주의 통항 거부·항로 변경 결정의 근거와 경위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는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평양 박성원(왼쪽부터) 변호사, 한창완 변호사, 박윤정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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