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96년 리바이벌(기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무대에 다시 올리는 것) 공연을 통해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 배경엔 1994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OJ 심슨 사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유명 풋볼 선수 출신 흑인 배우가 아내를 죽인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 출두를 거부하고 도주하던 OJ 심슨의 모습이 생방송으로 보도되며 미디어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1930년대 금주법 시대를 그린 ‘시카고’는 OJ 심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더 많아지고 미디어의 지배력도 강해진 지금 더 인기가 높다.
‘뮤지컬의 탄생’은 이와 같은 뮤지컬의 변화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 보려고 시도다. 19세기 후반부터 2020년대까지 약 150년간 뮤지컬의 발전을 찬찬히 살펴보는 ‘뮤지컬 역사서’다.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뮤지컬의 탄생’은 20세기 이후 뮤지컬의 역사를 살피면서 그 시대의 사회상,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어떤 트렌드가 생겨나고 사라졌는지 밝힌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은 뮤지컬 이전의 ‘프리 엔터테인먼트’ 시기를 시작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부상하며 뮤지컬이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20세기 초반과 2차 세계대전 시기, 사회 변동 속 침체와 변혁을 거듭한 1970년대, 신자유주의와 메가뮤지컬이 지배한 1980년대, 디즈니가 뮤지컬계에 등장하면서 산업화를 가속화한 1990년대, 그리고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21세기 현재까지를 찬찬히 조명한다.
저자는 1987년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디큐브아트센터(현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극장장을 지냈으며 현재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장을 맡고 있는 공연예술 전문가다. 저자는 “뮤지컬은 세상 변화에 민감한 상업 장르”라며 “그 관계를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뮤지컬을 보다 충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제나 ‘지금 여기’에 충실했고 변화를 적극 수용해 온 뮤지컬을 연대기로 다룬 ‘뮤지컬의 탄생’이 대한민국의 뜨거운 뮤지컬 창작 열기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