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14일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천만 원 선이 무너지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폭락세에 ‘특수’를 맞은 시장이 있다. PC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 시장이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다가 6월에 들어 완전히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그래픽카드 판매 상위 5개 회사의 상품 평균을 내 보면, 엔디비아(지포스) RTX 3080을 탑재한 그래픽카드는 1월에 평균 205만 원 대로 팔렸지만 6월 14일 기준 11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년 새 가격이 절반 가까이 깎인 셈이다.
좋은 PC성능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게이머들은 가상자산 하락세에 힘입어 그래픽카드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4천번대 출시가 예정된 상태라 기존 그래픽카드와 수요가 분산되며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그래픽카드는 CPU, 메모리(RAM) 등 PC 핵심 부품 중에서도 롤러코스터같은 가격 변동에 몸살을 앓아왔다. 주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채굴을 위해서는 복잡한 연산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일수록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하기에 채굴자들은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해 가상자산 채굴에 써 왔다.
주식과 코인 모두 활활 상승세를 타는 ‘불장’이었던 지난해에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엔디비아(지포스) RTX 3060를 탑재한 그래픽 카드는 지난해 7월만 해도 60만원대 후반으로 거래됐으나, 12월에는 90만원 대까지 가격이 뛰었다. 상위 기종인 RTX 3070을 탑재한 그래픽카드는 2021년 100만원 대에서 130만 원 대로 올랐다. 6월 현재는 RTX 3060 52만 원대, RTX 3070 80만 원 대로 가격이 형성됐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가상자산의 최근 동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판매가가 계속 오르던 그래픽카드 가격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는데, 당시 이더리움은 기존의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분증명 방식은 컴퓨터 연산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채굴자들이 가지고 있던 그래픽카드 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며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긴급한 국제 정세의 변화로 러시아의 그래픽카드 수요가 완전히 막혔고, 이 물량이 타 국가에 재배정되면서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