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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 주 반도체·스마트폰 현장 행보
이 부회장이 반도체 문제를 제1순위로 놓은 건 반도체판 제3차 세계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첨예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대내외의 직간접적 권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매출 세계 1·2위를 다투는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유럽연합(EU) 등 복수의 정부를 향해 보조금 로비를 펴는 등 공격 행보에 나선 상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아시아 편중을 지적하며 “미국·EU는 10년 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각각 최소 30%·2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겔싱어 CEO의 논리다. 겔싱어 CEO가 요구하는 보조금 규모는 수십억달러(수조원) 수준으로, 만약 인텔이 미국·EU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로선 간접적 타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반도체를 첨단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한 미국에선 반도체 산업에 향후 5년간 520억 달러(약 59조5920억원)를 투자하는 법안이 하원의 문턱만 남은 상황인데, 하원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쟁상대인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인텔은 미국 등에 공격적 투자를 벌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의 투자 전략을 최대한 빨리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물론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일시적이란 분석이 많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는 등 격차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백신 직접 행보는 없을 것” 관측
여권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백신 행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이나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부회장이 백신 생산국인 미국·영국 등을 직접 찾는 등 행동에 나섰다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냈을 땐 ‘내상’을 입을 수 있고, 반대로 결실을 거둔다 해도 이는 여전히 백신 수급 문제를 풀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더나사의 백신을 위탁생산할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준비 상황을 챙기는 등 간접 행보는 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편에선 삼성이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위탁생산하는 물량을 국내용으로 전환하거나 수급 일자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여권 일각의 기대는 삼성에 거는 것이지, 이 부회장의 개인기에 거는 건 아닐 것”이라며 “모더나와 삼성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것일 뿐, 물량을 우리나라로 빼는 건 모더나와 정부 간 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