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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자신을 성추행한 뒤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52·20기) 전 검사장의 징역 2년 판결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서 검사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렵게 수사기록을 열람해 보니 많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명백한 허위진술을 해 처참했다”며 “편향적이고 일관되지 못한 진술 자료를 반박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는데 그게 유죄입증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이어 “20명 정도가 거짓 진술을 했는데 저에 대한 세평 등 범죄 사실과 관련이 없는 자료를 받은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사기업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이 커 없어지는 추세인 세평을 검찰에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담보 없이 수집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또 법원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57) 자유한국당 의원이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 “기록과 판결문이 명백하다”며 “당시 북부지검 검사장이 직접 보고해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고 검사장이 이 같은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의 인사담당 검사는 안 전 검사장과 사실상 공범”이라며 “평점이 낮아 인사가 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저는 실적도 좋았고 저보다 실적이 안 좋은 검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인사가 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미투 운동 성공은 검찰 개혁에 달려있어”…추가 법적 대응도 시사
안태근 전 검사장이 실형을 받았지만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미투 운동이 완결되기 위해선 검찰개혁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게 서 검사의 생각이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실형 선고 후 진실은 이길 수 없고, 진실은 강한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가해자들에게는 엄중한 경고가 되었으면 하고 너무나 많은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미투 운동의 성공은 검찰 개혁에 있다”며 “성범죄가 만연하고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검찰 조직이 있는 한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항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며 자신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해서도 직접 고소 등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검사장은 지난 23일 서 검사에 대한 인사보복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자신의 비위를 덮으려 지위를 이용해 보호 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로 불이익을 줘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가 발생했다”며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내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