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경쟁률 높았던 아파트값 뛰었다"

박종오 기자I 2014.11.17 19:08:36

2011년 경쟁률 10위내 아파트 시세 추적
선호도가 입주 프리미엄으로 2500만~6600만원 껑충
"예외도 있어…따라가기 위험. 입지·학군 등 기본 살펴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146대 1’, ‘139대 1’.

지난달 부산과 경기 성남시에서 각각 분양한 ‘래미안 장전’과 ‘위례 자이’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다. 이달 초 선보인 부산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아파트 전용면적 84㎡A 타입은 190가구 모집에 5만여명이 몰려 260대의 1의 경쟁률로 부산지역 내 최고 청약률 기록을 갈아치우기까지 했다.

분양시장 훈풍을 타고 청약률이 수백 대 1을 웃도는 단지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거품이라는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투기 수요가 끼어들면서 주택의 실제 가치보다 청약 열기가 과열됐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 같은 분양 시점의 높은 청약 경쟁률이 입주 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의 사례를 보면 ‘대체로 그렇다’. 이데일리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3년 전인 2011년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 전국 상위 10위 안에 오른 아파트의 입주 후 시세를 추적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2011년 청약률 상위 10위권에 속한 아파트 중 현재 매매 시세가 형성된 것은 지방에 공급된 5개 주택형이다. 이 가운데 4개 주택형(80%)의 현재 집값이 분양가보다 2500만~660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수도권과 비슷하게 2010년부터 지방에서도 청약통장 가입자의 1순위 조건이 크게 완화(가입 후 2년→6개월)되면서 가수요가 붙어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며 “당시의 높은 선호도가 입주 시점인 현재 집값 프리미엄(웃돈)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는 아파트가 속속 선보이면서 높은 청약률이 실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자연앤자이 e편한세상’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표적인 예가 올해 5월 입주한 ‘래미안 해운대’ 아파트다. 201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3억4337만원에 분양된 111㎡A 타입(이하 공급면적)은 이달 현재 매매 시세가 4억1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분양가 대비 6663만원(19.4%)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값이 평균 1%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이 주택형은 130가구 모집에 1순위에만 1만8288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 전국 3위(141대 1)에 이름을 올렸다. 단지 인근 기린공인의 김인환 대표는 “주변에 17~19년 된 낡은 아파트 뿐이어서 새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편”이라며 “최근 인근에서 ‘래미안 장전’이 이 아파트보다 3000만~4000만원 높은 금액에 분양된 것도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전했다.

청약률 5~10위 사이 아파트도 적게는 25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세종시 도담동과 종촌동에서 2011년 말에 나란히 분양했던 ‘웅진스타클래스(1-4생활권 M4블록)’ 116㎡E 타입과 ‘한신휴플러스 11단지’ 113㎡A 타입 매매가는 분양가 대비 각각 2650만원, 2520만원 상승했다. 82대 1, 55대 1에 달하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입주 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북 전주시 중동에서 입주한 ‘전북혁신 우미린1단지’ 아파트도 같은 경우다. 64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이 아파트 112㎡E 타입은 현 시세가 2억7750만원이다. 분양가(2억1390만원)보다 6360만원 높은 금액이다.

△2011년 청약률 상위 10개 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현재 시세 [자료=부동산114]
하지만 청약 경쟁률과 집값이 꼭 정비례 관계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2011년 당시 전국에서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더샵 센텀포레’ 아파트는 매매 시세가 분양가 이하에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 111㎡A 타입은 2011년 7월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43가구 모집에 8232명이 몰려 191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입주를 마친 현재 매매가는 분양가(3억7960만원)보다 1960만원 낮은 3억6000만원 선을 맴돌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높은 청약률이 반드시 미래의 집값 프리미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분양과 입주 시점의 시차가 큰 만큼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같은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함 센터장은 “지방은 2011년 이후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앞으로도 지금 같은 입주 후 집값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한때 높았던 주상복합아파트의 열기가 확 식은 것처럼 일시적인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실수요로 재편된 시장인만큼 입지와 분양가, 학군, 공급 물량 등 기본적인 요소 점검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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