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정부가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도 배출권거래제를 내년 1월부터 전격 시행키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업종의 온실가스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t당 가격을 기존 3만 원에서 1만 원으로 낮추는 등 원안에서 상당부분 후퇴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정부의 강행방침에 여전히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재계가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먼저 실시한다는 점이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면 기업마다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게 된다는 논리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가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면 기업들은 그 범위내에서 배출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은 기업은 초과한 다른 업체에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낼수 있다. 반면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은 기업은 배출권이 남은 기업에게서 배출권을 매입해 충당해야 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려는 의도는 이해할만 하지만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다소 완화된 배출권거래제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재검토할 때 산업계가 반드시 참여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숫자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6000억원 어치 전기를 쓰는 한 디스플레이업체의 고위 임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수립한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 목표 자체가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며 “기업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가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배출권거래제 자체가 예측불가능한 측면이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어떤 문제점이 도출될 지 전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국내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더라도 시장규모가 작아 제대로 가동할 지 의문”이라며 “수급이 꼬이면 배출권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시험적으로 일부지역에서 시행 중인 미국이나 일본도 시장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2020년말까지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