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인턴기자]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갓생’이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최근 1년간(21.7.1.~22.7.1.)의 ‘갓생’ 검색어를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 20대는 ‘100’이고 30대는 ‘54’였다. 반면 다른 연령층의 클릭량은 ‘0’에 수렴했다.
갓생이란 신(갓·God)과 인생(人生)이 합쳐진 신조어다. 접두어 ‘갓’은 ‘뛰어난’ 혹은 ‘귀감이 될만한’과 같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갓생은 자칫 보면 실천하기 어렵지만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컨대 ‘아침 7시에 일어나기’나 ‘하루 30분 운동하기’ 등이다. 인생은 한 번이니 즐기며 살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는 이미 청년들에게 옛 것이 되었다.
작지만 큰 변화
대학생 박예지씨(23)는 갓생을 “스스로 만족하는 규칙적인 생활”이라 정의했다. 김한솔씨(23)는 “하루를 뒤돌아봤을 때 뿌듯하면 갓생”이라고 했다. 양서연씨(23)는 “자기 전에 핸드폰을 안 보는 것도 갓생”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갓생에 관한 정의는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소소하지만 목표지향적인 루틴 실천’으로 압축된다.
갓생은 아이돌 팬덤 문화로부터 유래했다. ‘덕질’과 반대되는 생(生)이란 의미로 주로 학업이나 일에 열중하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 MZ 문화로 확대된 것이다.
“오늘부터 갓생산다”는 문화는 코로나19로 대학 운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확산됐다. 대학생 김한솔씨(23)는 “온라인 강의를 듣다 보니 늦게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 무기력해졌다”면서 “갓생 브이로그를 보며 자극을 받았다”고 답했다. 실제 김한솔씨(23)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갓생 챌린지에 참여하며 효능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챌린지를 두고 “코로나19 이후 MZ세대가 작은 습관으로 일상을 가꾸고 성취감을 얻어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에 찰떡인 “갓생 챌린지”
나만의 ‘갓생’ 실천을 영상이나 글로 담아 공공에 게시하는 것을 ‘갓생 챌린지’라고 한다. 유튜브엔 ‘갓생 브이로그(V-Log)’ 형식의 영상이 자주 올라오며 네이버 블로그엔 일기처럼 갓생을 인증하는 경우가 많다.
‘갓생 챌린지’는 국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That Girl Challenge’가 틱톡을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른 아침 기상해 건강 스무디를 만들어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이후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힙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이 주 내용이다. 대체로 한국의 갓생 챌린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한솔씨는(23) “챌린지를 보다보면 좋은 자극을 받는다”면서 “직접 글을 올리는 것도 챌린지를 지속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스스로 과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만의 갓생 레시피 중요”
다만 과도한 목표의 갓생 챌린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갓생은 자기 관리를 거의 신이 하는 수준으로 철두철미하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박을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구조적인 의미에서 청년세대의 N포는 지속되고 있다”며 “N포의 근거가 되는 기본적인 전제가 갓생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양서연씨(23) 역시 “고학점을 유지하면서 대외활동도 하고 돈도 열심히 버는 친구의 소식을 접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나만의 건강한 갓생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