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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곳곳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부처인 만큼 청렴을 강조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유독 기재부 공무원의 명함에 ‘기재부 전 직원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근절하고 청렴·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비상시국이 더해지면서 기재부에 새로운 풍경이 추가됐다. 예산실이 있는 기재부 3층 엘리베이터 앞에 ‘청렴’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감사실 직원이 서서 커피나 음료수를 가져온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청렴을 강조하는 교육이나 안내는 부처 차원에서 수시로 해왔지만 직원이 아예 입구를 지키고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음식이나 선물을 챙겨온 외부인들에게 다시 가져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재부가 청렴을 올해 유독 강조하고 나선 건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예년보다 더 치열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500조가 넘는 본예산에 총 6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1·2차와 3차 추경안 합산)을 편성하며 역대급으로 재정을 풀었다. 경기 대응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부채 발행이 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일찌감치 내년 예산편성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전달한 2021년도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에서 고정비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를 깎겠다고 공언했고, 수백개에 달하는 보조금·출연금 사업도 정말 필요한 예산이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반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예산 증액을 요구해온 상태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으로 요구한 금액은 543조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증액 요구는 4년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기재부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야 하는 각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선 새로운 예산은커녕 기존 예산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지역 연고권을 내세워 예산실 공무원에게 ‘읍소’하거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으로 꾸려진 예산 확보 전담반이 세종을 방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예산 편성 시기여서 각 부처·지자체 관계자들이 예산실 직원들을 만나러 오면서 여전히 커피 등 음료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청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