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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이후에도 한달여간 서울 종로 출마를 망설이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쏟아졌던 조롱이다. 그러나 출마 선언 한달 만에 황 대표는 보수진영 차기주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되찾았다. 반문연대를 기치로 내건 보수통합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힘을 보탰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여권의 잇단 실책까지 도와주면서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종로 출마 문제로 궁지 몰렸지만 통합·물갈이 유인
지난달 7일 종로 출마 선언 직전만 해도 황 대표는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했지만 이낙연 전 총리와의 빅매치에 뜸을 들였다. 당 안팎의 반발이 거셌다. 이석연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관위가 황교안 일병 구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종로 출마를 압박할 정도였다. 황 대표가 망설이면서 ‘TK(대구경북) 50% 물갈이’ 등 당의 공천 전략도 힘을 받지 못했다. 황 대표가 내세운 보수 통합도 새로운보수당과 ‘선거연대’를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 코앞까지 갔다.
황 대표가 뒤늦게나마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을 내걸고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통합 논의는 탄력을 받았고 공관위의 운신 폭도 넓어졌다. 통합을 고리로 유승민 새보수당 재건위원장은 불출마 선언으로 화답했다. 이어 흩어졌던 보수 세력은 신설 합당 방식 아래 모였다. 통합 과정에서 공관위의 ‘현역 물갈이’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버티던 TK 현역 의원들 가운데 김광림(경북안동), 최교일(경북 영주문경예천)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구 달서병에 출마를 준비해온 강효상 의원은 서울 강북 험지 출마로 선회했다.
흩어졌던 보수세력이 미래통합당 깃발 아래로 모이면서 국민의당도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며 사실상 반문연대의 손을 잡았다. 더욱이 구속 수감 중이던 박 전 대통령마저 통합당에 힘을 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친필 옥중서신에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황 대표가 망설이긴 했지만 사지나 다름없는 종로 출마 선언으로 당내 장악력과 공천권 행사, 보수통합까지 여러 난제를 한번에 해결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문연대 구축에 ‘정권심판론’ 앞서…범야권 차기주자 입지 다져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와 여당의 실책도 황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야당심판론’은 최근 ‘정권심판론’으로 뒤집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1~13일 만 18세 이상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5%)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3%)는 응답(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을 넘어섰다.
아울러 차기 대권주자로 이낙연 전 총리와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보수진영 차기주자로서의 입지는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9일부터 3일 만19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는 23.9%의 지지를 얻었다.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할 때 황 대표는 지지율이 소폭(1.1%P) 올랐다. 다만 황 대표의 정치적 도약을 위해 중도 외연확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황 대표가 험지 출마의 테이프를 끊었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를 넘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등 분위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