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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5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적(敵)이 아니다. 교육, 무역, 인프라에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 생활 수준을 높이려는 국가일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가 자국 정책을 비난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삭스 교수는 그동안 줄곧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 1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미중 갈등의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 사태에 대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다른 미국 기업 고위 간부들에게는 벌금만 부과하고 체포하지 않았다”면서 “부당하고 위선적인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中, 美경제 불평등 따른 희생양”
삭스 교수는 이날 기고문에서 중국은 미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된데 따른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수년 동안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노동자들, 특히 미국 중서부 공장 근로자들은 중국 공장 근로자들보다 임금이 낮아졌다”면서 대중 압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율 경쟁으로 실업자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는 게 삭스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중국은 저가 소비재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제 그 영역을 고품질 제품으로 늘려가고 있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부문에선 실업자가 생긴다. 그게 무역이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불공정한 교역을 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이 저가 소비재를 생산해준 덕분에 더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 삭스 교수는 지난 3월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불공정한 관행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생겼다는 것은 대통령의 경제적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문제도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삭스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후진국들은 연구, 모방, 인수·합병(M&A), 투자, 지식재산권 도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기술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미국도 과거 영국이나 독일을 상대로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中아닌 美기업들과 전쟁 벌여야”
삭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즉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적 불평등을 위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내 경제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이론에 따른 교훈은 (관세를 높여) 교역을 중단시키는 게 아니다. 교역을 멈추면 경기침체, 생활 수준 저하,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경제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이 아닌 자국 내 기업들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세금감면, 독점 강화, 원가절감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벌어들인 돈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을 비난하는 대신 급증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에 세금을 물리고,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는 근로자 가계를 돕거나 인프라를 재건하고, 일자리 증진 및 과학·기술 발전에 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삭스 교수는 또 이익만을 쫓는 기업들의 탐욕이 미국 정치권 부정부패와 맞물려 미국은 물론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삭스 교수는 “워싱턴은 갈등으로 가득차 있고, 탐욕이 무역정책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저렴한 의료 서비스, 학교 교육 향상, 인프라 현대화,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탐욕에 대한 단속 등과 같은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新냉전 열어…무역전쟁, 승자는 없을 것”
삭스 교수는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신(新)냉전 시대를 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앞으로 중국과는 경제적, 군사적,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승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뿌리 깊은 미국 정가의 부정부패는 우리를 그러한 길로 이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적대적인 이유에 대해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국가 규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난했던 나라가 강대해지려고 하면 이를 지켜 본 모든 나라가 같은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한국처럼 인구가 5000만명 남짓인 국가였다면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한 국가의 성공스토리 정도로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 체제를 이해하려면 18세기 중반 아편전쟁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할 때까지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이 안으로는 내전, 밖으로는 외세 침략 등 빈곤하고 불안정한 시절을 겪었는데, 그 시발점이 영국, 프랑스와 치른 아편전쟁이라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과거 유산때문에 덩샤오핑 이후 중국은 서방 국가들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양자 혹은 다자간 무역협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서로 윈-윈이 되도록 해야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무역전쟁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삭스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무역전쟁에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단지 전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뿐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