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 못 미치는 실적이 변동성 키워
제일모직은 그간 주가 흐름만 보면 시가총액 20조원의 대형주라고 믿기 어려운 흐름을 보여왔다. 제일모직 주가를 흔드는 단골메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였다. 지난달 15일 이건희 회장 건강악화루머 영향으로 9.9% 급등했고, 23일에도 기업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각각 부각되면서 12.9%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제일모직이 코스닥시장 종목처럼 ‘널뛰기’하는 이유는 현재 시점의 펀더멘탈에 비해 너무 큰 덩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제일모직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연결)을 살펴보면, 1분기 매출은 1조272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60억원(영업이익률 0.5%)에 불과해 시장 컨센서스(45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제일모직의 사업분야는 패션·레저·건설·식음료인데, 200억~300억원 영업이익이 예상됐던 패션부문은 3억원 이익에 그쳤고 레저는 307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내놓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실적과 지배구조 기대감이 반영되어온 주가 사이의 괴리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실적으로는 주가수준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그만 뉴스와 소식에도 흔들리는 일종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변동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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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성장은 삼성 경영권 안정과 연결
다만 제일모직은 현재의 실적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지켜봐야하는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3.2%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각각 7.7%씩 보유하고 있다. 오너 지분이 있는 삼성 계열사는 다양하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생명(032830) 지분 19.34%를 가진 2대주주라는 점이 핵심이다. 생명을 통해 삼성전자(005930) 지분(7.21%)를 간접 보유하고, 전자를 통해 SDI·전기·카드 등으로 연결된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변함없은 사실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제일모직이 있다는 것이고, 삼성그룹 자체가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최상단의 회사가 이익을 잘 내서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과거 삼성물산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그림이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구조에 변화를 줄 수도 있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지분을 가진 회사를 직접 키우는 것이 보다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제일모직 성장스토리가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패션·레저 분야보다는 바이오분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과 맞닿아있다. 현재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5.7%를 나란히 보유한 공동최대주주이고, 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에피스를 간접 지배한다. 바이오분야는 삼성이 지난 2010년 비전2020을 통해 발표한 신수종사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분야는 대단위의 투자가 필요한데, 대주주가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투자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