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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사고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외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또 한 번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오룡호 침몰 사고 발생 나흘 만인 4일.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부산시 서구 사조산업 부산본부를 찾은 이 장관은 가족들로부터 혼쭐이 났다. 한 가족은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장관은 언론에 얼굴도장 찍으러 왔냐”고 호통쳤다.
가족들은 “사고 초기 30명이던 가족이 기다리다 지쳐 일부는 돌아가고, 이제 10여명이 있는데 지금 와서 무엇을 하자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은 또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가족들이 언론 보도를 보고 소식을 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가족들 앞에서 이 장관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동행한 이명렬 외교부 국장(러시아 담당)과 함께 선원 가족 10여 명과 가족대기실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모습은 8개월 전인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 후 진도 팽목항에서 펼쳐진 광경과 흡사하다. 당시에도 이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들으면서도 죄인처럼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4선 국회의원인 이주영 장관의 첫 행정 경험은 사고 수습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관가에서는 이 장관이 연말쯤에는 장관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관련 법안들의 입법이 마무리되면 마음의 짐을 덜고, 홀가분하게 옷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터진 대형 선박사고가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한 가족이 “실종자를 찾아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을 때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이날 가족들에게 “슬퍼하는 선원가족과 함께 아픈 마음을 나누겠다”며 “정부는 아직 구조되지 못한 선원 수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