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빈대인 확정…‘균형발전·조직소통’ 과제(종합)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에 빈대인(62) 전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앞서 김지완 전 대표이사 회장이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중도 사임하면서 정치적 외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된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사진=BNK금융지주)

◇관치 논란 딛고…내부출신 빈대인 ‘낙점’

BNK금융지주는 19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빈 후보자를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확정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이날 오전부터 김윤모(63)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 빈 전 부산은행장, 안감찬(59) 부산은행장 등 3명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으며, 외부 자문기관의 평판 조회 결과까지 고려해 빈대인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앞서 임추위는 김지완 전 회장이 자녀 특혜 의혹 등으로 중도 사임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14일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임추위를 5회 추가로 개최해 후보군의 경영성과와 역량, 자격요건 적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했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BNK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풍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BNK금융이 2018년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임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운영했으나, 감독당국의 지적에 따라 외부 추천 인사까지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 후보에 빈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그간 우려됐던 관치 논란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다. 빈 내정자가 차기 회장이 되면 BNK금융은 2017년 외부 출신인 김 전 회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다시 내부 출신 회장을 맞게 된다.

1960년생인 빈 내정자는 부산 원예고와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했다. 2013년 경영진으로 선임돼 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및 미래채널본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은행장 경영 공백 발생으로 직무대행에 선임된 후, 같은 해 9월 은행장으로 선임돼 2021년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바 있다.

임추위 위원들은 빈 내정자에 대해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금융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판단했다. 특히 지역은행 최초의 모바일뱅크 출시 및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옴니채널 구축과 창구업무 페이퍼리스 추진 등 디지털 중심의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주도한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지역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조직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그룹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지역균형발전 전략 및 내부현안 등 과제도 산적

이날 빈 내정자는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직후 부산 지역 기자들과 만나 “금융 환경이나 (지역)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신속히 BNK 상황을 점검해 조직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되는지 고민을 많이 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 과제도 산적하다. BNK금융 수익의 대부분이 지역기업과 고객으로부터 창출되고 있는 만큼, 지역 대표금융기관으로서 적합한 상생 전략 확보가 급선무다. 디지털 중심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조직 개편도 단행해야 한다.

특히 자회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투뱅크 체제’에 대한 전략 방향도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BNK금융그룹 수장의 자격요건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경남, 울산, 부산의 경제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BNK금융그룹은 경남, 울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남은행과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부산은행이 핵심인 금융그룹으로 양행이 해당지역에서 힘찬 날갯짓을 하며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빈 내정자가 신규 사업 및 공격적 경영보다는, 잔뼈가 굵은 금융 분야 경험을 토대로 기존 영업의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안정적 경영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투뱅크 체제 등 내부 특정현안에 대해서는 원활한 소통에 나서 타협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 교수는 “BNK금융은 동남권에서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의 경영 전략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 내정자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임기 3년의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