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法 무색한 진주참극…여전히 구멍뚫린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이지현 기자I 2019.04.22 15:35:46

임세원법…환자 동의 없이 직권 지역 통보 치료길 열어
환자 치료 거부 시 강제할 길 없어 현재 상황 반복될 수
전문가 "정부 직권개입 가능하도록 법적 강제 필요해"

(이미지=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8년 임세원 교수 살인사건에 이어 지난 17일 진주 방화·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 사건이다.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마련돼 매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이라며 “사건의 책임은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정신질환자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임세원법(法)으로 불리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일부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직권으로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통보해 지역사회에서 지속해서 재활·치료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에는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를 발견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3일 관보게재를 통해 법이 공포될 예정이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시행된다. 외래치료지원은 공포된 지 1년 후부터다.

시간이 걸리다 보니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에 의한 자·타해행동 등 신고 시, 경찰·소방·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경찰-소방과 함께 현장 출동 및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일러야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권 이사장은 “임세원법이 시행되더라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강제입원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뒷받침이 없어 경찰이 출동해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입원 도입, 외래치료명령제 강화 등 강제성을 일부 도입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퇴원이 가능해져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가정법원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관련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권 이사장은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법적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사고가 터지는 걸 막을 길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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