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계좌, 일반 통장 만드는 절차와 같아
업비트서 실명계좌 인증후 한도없이 투자 가능
신규 회원, 계좌 개설 가능하나 인증은 나중에
|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신규 개설한 기업은행 통장.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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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혹시 대박 날지 모르니까 OTP로 하시는 게….(웃음)”
30일 오후 1시27분 기업은행 명동역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작된 첫날,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해 은행 창구를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번호표를 뽑아드니 대기인원은 1명, 3분이 채 안 돼 통장 개설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 기업은행 명동역점에 방문, 뽑아든 대기표.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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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용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거래소마다 거래하는 은행이 다르다. 이를테면 업비트에선 기업은행을 빗썸과 코인원, 코빗에서는 각각 농협·신한, 농협, 신한은행을 쓴다. 업비트서 거래하는 고객이라면 기업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은행 직원에게 신분증을 건네자 재직증명서를 요구했다. 증명서를 꼭 지참하지 않아도 된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은행 측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 직장가입자 여부 확인을 위한 ‘자격득실확인서’를 팩스로 받아 확인한 후 통장을 개설해 준다. 직장이 없는 주부나 학생은 인터넷과 ATM에선 30만원, 창구에선 100만원으로 1일 출금한도가 제한된다. 입금에는 제한이 없다.
은행서 재직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개설을 까다롭게 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대포통장 개설에 따른 금융사기가 늘자 2016년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실명·신원·거래목적이 확실해야 계좌개설 할 수 있게끔 했다.
| 계좌 개설을 위한 필수 작성 서류.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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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카드로 하실래요, 아니면 OTP로 해 드릴까요?”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One Time Password)는 사용하기 번거로워 보안카드로 주문했다. 그런데 보안카드로 하면 하루 이체한도가 최대 1000만원이다. 한 번에 1억, 하루에 5억까지 이체할 수 있는 OTP에 비해 한도가 적었다. 보안상 이유였다. 그때 옆 테이블서도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개설을 하고 있었고 직원이 “대박날지 모르니 OPT로 하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기자도 OTP로 바꿨다. OTP 기기 값은 5000원.
계좌 개설을 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총 30분. 대기시간까지 포함해서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이 일반 통장을 만드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은행에선 기자가 업비트 기존 회원인지 신규회원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한 고객이 통장을 만들러 왔고 일반적인 창구업무로 계좌를 개설해 줄 뿐이다.
| 기존 업비트 가상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려 하자 거부 문구가 뜬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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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업비트와 기업은행 신규계좌의 연동에 있다. 기자는 전날인 29일 밤 11시40분부터 업비트에 기존 가상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할 수 없었다. 업비트에서 기존 가상계좌서 입금하지 못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입금을 시도하자 ‘입금은행으로부터 기타수취불가로 거부됐다’는 문구가 뜬다. 기존 계좌로 출금은 가능하다.
| 업비트 앱 보안등급 화면.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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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비트 앱 입출금 계좌인증 완료 화면.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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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하려면 실명 계좌를 업비트서 인증해야 한다. 인증을 위해선 업비트 앱에 들어간 후 ‘레벨3 입출금 계좌인증’에서 파란색 ‘인증’ 문구를 누른 후 기업은행 계좌를 입력하면 된다. 인증을 마치고 난 뒤 기업은행 계좌에 든 투자금을 업비트 입금계좌로 보내면 5분 후 투자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기업은행 실명계좌에서 업비트 입금계좌로 입금하는 기업은행 앱 화면.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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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업비트 신규회원은 기업은행서 실명 계좌를 개설해도 입금이 불가능하다. 업비트 인증절차 레벨3 단계를 비활성화해놨기 때문이다. 업비트 측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도입이 30일 오전 9시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기존 가상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며 “신규회원의 인증 가능 일정은 추후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