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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조직 과정에 내무성과 외무성 등 일본 정부가 개입한 증거를 보여주는 일본 내 공문서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세종대 교수이자 대학 부설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61)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여성기금이 1997년 3월 출판한 ‘정부 조사 종군 위안부 관계자료 집성’ 5권 중 일부를 번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책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79) 도쿄대 명예교수가 중·일 전쟁 당시 일본 정부 문서를 모아 출간한 책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날 △일본 외무성이 1937년 8월 작성한 ‘불량분자의 지나도항(港) 단속에 관한 건 △일본 내무성 경찰국이 1938년 1월 19일 작성한 ‘상하이 파견군 내 육군 위안소의 작부 모집에 관한 건’ △같은 해 2월 7일 작성한 ‘시국이용 부녀유괴 피의사건에 관한 건’ 등의 원문서를 공개했다.
호사카 교수는 “문서에는 당시 일본 효고현과 와카야마현에서 부녀자 유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성매매 업주들이 중국 상하이 파견군 내 육군위안소에 보낼 ‘작부’를 보내달라는 일본군의 의뢰를 받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있다며 “부녀자 유괴 혐의로 검거된 성매매 업주들을 풀어주라는 일본 정부의 지시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군의 허가나 재외공관 증명서가 없는 성매매 업주를 단속한다는 방침을 공표했지만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만 21세 이상 여성’은 묵인해 주겠다는 단속 조건을 내걸어 위안부 동원에 사실상 협조했다는 게 호사카 교수의 설명이다.
호사카 교수는 “위안부 동원 과정은 취업 사기를 빙자해 부녀자를 유괴하거나 납치하는 범죄와 다를 게 없었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각 부처가 위안부를 조직하는 과정에 관여한 공범으로 드러나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에서도 일본군과 성매매 업자의 책임만 인정했을 뿐 일본 정부의 책임은 빠졌다”며 “한국 사람들은 고노 담화를 100% 믿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속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에 공개한 자료가 조선에 거주하던 위안부 피해자를 중국 등지로 직접 동원한 사실을 증명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독도 지킴이’로 잘 알려진 호사카 교수는 독도 연구 권위자로, 한국 유학을 계기로 지난 2003년 귀화한 정치·역사학자다.
“일본인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게 더 호속력 있다”며 귀화 후에도 한국 이름으로 개명하지 않았다. 일본 시마네현이 2006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재하지 않은 고지도를 다수 수록한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2005·자음과 모음)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세종대 부설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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