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드, 투자 예산 절반 가까이 깎아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드는 차세대 휘발유 엔진 생산을 위해 오는 2008년부터 짓는 영국 웨일스 브리젠드 공장의 투자금액을 1억파운드(약 1468억원)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드가 원래 밝혔던 투자 금액은 1억8100만파운드였지만, 44.8%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포드는 이번 결정에 앞서 포드는 브렉시트로 2년간 매년 5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영국 공장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지만 포드는 브렉시트와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포드 관계자는 “이번 투자 축소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유럽 자동차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브리젠드 공장의 생산 규모를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EU와 영국의 휘발유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어 엔진 생산 전망치를 기존 50만개에서 25만개로 줄였다.
포드가 브렉시트 영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HSBC 등은 런던 사업을 줄이고 다른 곳으로 본부를 이전할 의도를 시사한 바 있다. 영국 최대 보험회사인 로이즈도 얼마 전 내년까지 3000명 감원과 점포 200개 폐쇄를 발표한 데 이어 영국을 떠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영국이 EU 탈퇴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일본 기업들이 영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제조업연맹(EEF)이 집계하는 올해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측정하는 지표는 10포인트 감소하며 지난 2009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탈(脫) 영국을 선언하고 나서는 이유는 EU 단일시장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드는 영국의 2개 공장에서 엔진 등 부품을 생산해 다른 EU 회원국으로 수출한 뒤 완성차를 다시 수입해 영국에서 판매한다. 그렇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포드의 EU 역내 수출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포드의 주가는 브렉시트 결정 직후 고꾸라지기도 했지만, 이날 투자 계획 축소 발표에는 1.36% 상승했다.
앤디 리처드 유나이티드웨일즈 노조 위원장은 “이번 포드의 결정은 중장기적으로 영국 공장을 옮기려는 과정일 수 있어 매우 심각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