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글로벌 IT기업 구글이 지난 6월 요구했던 ‘한국 지도 원데이터(정밀지도)’ 반출 여부에 대한 정부 결정이 24일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정부 7개 부처와 정부 협의체 간사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공간정보 국외 반출 협의체’를 열고 지도 반출에 따른 국가 안보, 국내 산업 생태계,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등을 놓고 논의한다.
구글이 수 조원 대의 매출을 한국에서 올리면서 세금을 회피한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구글을 위해 지도 반출에 동의할지 주목된다.
정부 입장 표명은 24일 오후 5시께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답변 시한이 25일이기 때문에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관련 회의를 열었으나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늦춘 바 있다.
현행 ‘공간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대 2만5000 이상의 지도의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간 정보 국외 반출 협의체’에서 결정하면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결정이 ‘불허’로 가닥이 잡혔다고 관측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때문이다. 반면 국방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반출에 반대하고 있다.
IT관련 주무부서인 미래부는 중립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이에 따른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반출을 허용하면 당장 IT 업계가 반발한다. 정부의 직접 규제를 받는 네이버(035420) 등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문제 때문이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원은 “구글이 연간 국내 매출이 1조~2조 원이 되면서도 세금을 안낸다”며 “구글이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 것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지도 반출 문제와 별개로 구글이 조세 회피를 위해 서버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출 불허가 결정돼도 정부는 난감할 수 있다. 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를 한국 정부가 막는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한국에 방문하는 영어권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 ICT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지도 반출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지도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속속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 기반 서비스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구글 분위기다.
한편 구글코리아는 겉으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구글 사회공헌기관 구글닷오알지 재클린 풀러 총괄이 참석한 가운데 ‘구글임팩트챌린지’가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렸다. 구글임팩트챌린지는 비영리기관(NGO)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회 혁신 프로젝트다.
10개 NGO가 최종 결선에 올라 이중 4개가 5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나머지 6개 NGO에는 현장에서의 결정으로 예정에 없던 상금 2억5000만원이 수여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금을 받은 참가자들은 환호했고 구글 캠퍼스 서울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재클린 풀러 총괄은 “구글코리아는 한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며 “구글은 한국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이 행사는 예정돼 있던 것으로 24일 있을 정부 회의와 관련성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구글에 대한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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