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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객 갑질’ 방지법 첫 도입…위반시 기업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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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6.05 11:32:10

기업 ‘카스하라’ 대응 의무화…내년 말 시행
상담창구 설치 등 책임 강화…형사처벌은 없어
''손님은 왕'' 서비스 인식에 각종 사회문제 속출
“갑질은 폭력…고객도 특권의식 버려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이른바 ‘고객 갑질’(카스하라)을 막기 위한 전국 단위 법률이 처음으로 도입된다.

(사진=AFP)


5일 NHK방송,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기업의 고객 갑질 방지 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이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든 기업은 고객 갑질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지도와 기업명 공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당초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초점을 뒀으나, 이번 개정으로 ‘누구라도 직장 내 취업 환경을 해치는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함께 고객 갑질에 대한 기업의 구체적 대응 의무가 신설됐다.

‘카스하라’는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을 합친 신조어로, 사회 통념상 허용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노동자의 취업환경을 해치는 것으로 정의된다. 무릎 꿇리기, 협박성 발언, 모욕적 언사, 장시간 구속, 반복적인 불만 제기, 성적 농담, 금품 요구, 소셜미디어(SNS) 비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2년 행정 지침을 통해 이같은 카스하라 행위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고, 2023년엔 정신질환 등 산재 인정 기준에도 고객 갑질을 포함시켰다.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번 노동시책종합추진법 개정안의 근거가 됐다.

개정법은 고객 갑질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지만, 기업이 상담 창구 설치, 내부 규정 마련, 직원 교육 등 예방·대응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행정지도(지시·권고)를 받는다. 후생노동성은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선이 없을 경우엔 기업명을 공표(블랙리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평판 리스크를 활용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고객 갑질을 막기 위한 전국 단위 법률이 도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도쿄도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카스하라 방지 조례’를 시행하고, 사업자에게 적극적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 고객 대응 등 구체적 책임을 부여했다.

일본에서는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 때문에 고객의 폭언·폭력·과도한 요구가 오랫동안 묵인돼 왔고, 최근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22년 일본 최대 노조 조사에서 서비스업 종사자 70%가 고객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노동자 보호 여론이 커지고, 카스하라로 인한 정신질환·산재 인정, 편의점·항공사 등 현장 매뉴얼 도입, 명찰 이니셜 표기 등 기업과 사회 전반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공포 후 1년 6개월 이내, 내년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고객 갑질은 단순한 서비스 불만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인권·직장 내 안전·사회적 신뢰와 직결된 폭력”이라며 “소비자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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