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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도해 만든 가상화폐 페트로가 개당 60달러 가격에 발행을 시작해 3840만개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페트로는 이날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사전판매를 진행한다. 첫날 판매액은 7억3500만달러(약 7900억원)에 이른다. 베네수엘라는 사전판매가 끝나면 4400만 페트로를 추가로 경매시장에 내놓아, 모두 1억 페트로를 발행할 방침이다. 금액으로는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다.
페트로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발행되는 가상화폐로,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제안됐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5년 동안 GDP 규모가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도 베네수엘라 GDP가 15%나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율도 1만30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등 정정 불안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석유자원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를 발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석유를 뜻하는 ‘petroleum’에서 이름을 딴 ‘페트로(petro)’는 베네수엘라 보유 원유 매장량 2670억배럴 가운데 50억 배럴을 담보로 하고, 석유 시장 변동에 따라 가격이 변하도록 설계됐다. 베네수엘라는 페트로가 자리를 잡으면 세금과 공공서비스 요금 등을 페트로로 받을 계획도 갖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미국 재무부가 페트로 구매를 제재 위반과 동일하게 여기겠다고 경고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럼에도 첫날 사전발행에 8000억원이 몰린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난을 감안하면 여전히 성공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